[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증권사들이 미뤄뒀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스팩 상장 열기가 뜨거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공급 과잉 상태에 접어든 데다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어 투자는 주의가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공모일정을 진행했거나 예정 중인 스팩은 총 5개다. 지난달 단 1개 스팩도 상장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급격한 주목할 만하다. 내달에도 스팩 4개가 공모일정을 예고한 상태다. NH스팩29호와 키움제8호스팩 등 상장예비심사(예심)를 승인받은 스팩도 다수여서 개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화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 400억원 규모로 설립된 삼성스팩8호가 최근 기관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한 데 이어 미래에셋드림스팩1호(700억원), KB스팩24호(400억원) 등이 출격한다. 지난해 주식시장 한파로 철회 신고서를 제출한 미래에셋드림스팩1호는 당초 목표인 800억원보다 눈높이를 낮춰 재도전에 나선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의 스팩 상장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팩은 일단 상장 후 3년 내 합병 대상을 찾으면 되는 데다 최근 IPO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어 자금 모집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인수·합병 자문수수료와 전환사채(CB) 등 쏠쏠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부진을 면치 못하는 대형 IPO가 늘어나는 점 역시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팩 합병은 공모자금 대신 스팩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기업에 유입된다. 규모가 클수록 기업에 유입되는 자금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대형 기업들을 만족하게 할 만한 스팩이 상장된다면 IPO에 난항을 겪는 주자들도 스팩에 눈 돌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상장 후 기업가치가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던 슈어소프트테크도 시장 침체에 스팩으로 눈 돌려 NH스팩22호(120억원)와 합병, 오는 4월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다. IPO에 나섰다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공모가를 대폭 낮추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스팩을 찾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스팩 상장 재개 움직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지난해에만 45개 스팩이 상장한 상황에서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시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지난 2020년 상장한 하나금융스팩16호도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해 최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스팩 투자 주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IBKS제13호스팩과 합병을 추진했던 스튜디오삼익은 기업가치 고평가를 우려한 소액 주주들의 반대에 증시 입성이 무산됐다. IBKS제13호스팩 역시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원금 손실 우려는 적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투자 성적표를 받아들 수도 있는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스팩은 상장만 해도 수수료 수익을 거둘 수 있고 최근 시장 분위기를 보면 자금 모집도 어렵지 않아 증권사들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회상장 통로지만 여전히 대다수 기업들이 직상장을 선호하는 데다 일반 기업처럼 합병 소식 등에 따라 주가 급등락도 발생할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