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국가와 학계, 산업계의 공동 노력을 통한 인재 양성에 더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회장은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AI 시대, 디지털·반도체 산업과 대학교육'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첨단 기술 경쟁력을 만들어내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우수한 인력"이라며 "아무리 지금 인공지능(AI)과 챗GPT가 잘한다고 해도 반도체 공정 데이터를 학습하지 않으면 전혀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수한 인력을 통해 만들어진 최첨단 기술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며 "적극적인 투자가 돼야하고 단단한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한민국 반도체가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핵심 경쟁력 요소로는 ▲첨단 기술 경쟁력 ▲우수한 인재 ▲적극적 투자 ▲건실한 생태계를 꼽았다.

김 회장은 "기술혁신에는 왕도가 없다. 40년 일하면서 느낀 것은 늘 기술 흐름을 파악하고 있어야한다"면서 "기술의 변곡점을 놓치지 말아야한다. 기술을 변곡점을 캐치하면 새로운 기술에 대해 집요하고 절박하게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2002년 RCAT(Recessed Channel Array Transistor)를 만들어 100나노 한계를 극복했다. 2013년에는 V 낸드로 3차원 메모리 시대를 열었고 2014년에는 업계 최초 3D 로직인 핀펫(FinFET)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세계최초 3나노 양산을 이뤄냈다.

특히 종합 반도체 강국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인력양성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력 문제가 현재 대한민국 반도체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그는 "인력 양성에 관해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도 (삼성전자에 채용이 보장되는) 반도체 계약학과도 만들고 무지 노력했는데 잘 안된다"며 "기업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국가, 학계, 산업계가 공동으로 노력해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회장은 "국가가 훌륭한 정책을 만들고 연구개발(R&D)을 통해 학교에서 좋은 인력을 양성하도록 뒷받침하면 그 인력이 회사에 들어와 돈을 벌고 회사는 재투자를 한다"며 "이런 사이클을 만들면 문제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반도체 정책에 대해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반도체 지원이나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시설투자 25%의 세액 공제 법제화, 중국은 법인세 50~100% 감면 등 혜택을 주고 있다. 또 반도체 주요국들은 총 반도체 육성 예산 중 절반 이상을 반도체 제조 인센티브에 편성하고 있다.

그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 기존 메모리 중심의 생태계를 파운드리, 소부장, 펩리스 영역으로 순차적인 확대를 도모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노력을 전제로 연평균 7.1%의 성장률이 이어져 2030년 1조 달러의 매출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한민국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쉽게 따먹을 수 있는 전략'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모리에서 점유율을 1% 올리는 것보다 파운드리나 소부장, 펩리스의 점유율을 높이는 게 훨씬 쉽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기존 메모리 중심의 생태계를 파운드리, 소부장, 팹리스 영역으로 순차적으로 확대하고 키워야 한다"면서 "제한된 리소스를 가지고 잘 키우면 대한민국은 종합 반도체 강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