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롯데카드가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 지난해 단기차입 취급 규모를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창구 다변화 등 전략적 자금조달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1%대에 그쳤던 단기차입의존도가 7%를 넘어서는 등 만기구조에 따른 차환 부담도 덩달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작년 3분기말 기준 롯데카드의 외부차입 자금 총액은 15조2161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8.1%(2조3351억원) 증가했다. 이중 단기차입부채 규모는 같은 기간 387.0%(8900억원) 증가한 1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8개 카드사 중 가장 큰 증가폭이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선제적으로 자금조달 창구를 다변화하며 유동성 지표를 끌어올렸다. 특히 유동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는 수단으로 만기는 짧으나 상대적으로 발행금리가 낮은 ABS 등을 활발하게 활용해왔다.

롯데카드는 여전채 외에도 장‧단기 CP(기업어음), ABS 등을 통해 선제적인 자금조달을 단행하면서 레고랜드 사태 등 채권시장 경색에도 타사대비 안정성 있는 조달이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카드 측은 단기차입 증가에 대해 "금융당국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지원을 병행해 장기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단기조달 수단인 ABS, 전단채 등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단기차입의 증가로 만기구조 측면에서의 유동성 관리 부담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단기차입 규모가 급증함으로써 1%후반대 였던 롯데카드의 단기차입의존도는 7.36%로 대폭 상승했다.

카드사는 수신기능을 보유하지 않는 특성상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차환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특히 금융지주 계열이 아닌 카드사의 경우 조달환경 저하에 따른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다만 롯데카드가 회사채와 장기 기업어음(CP) 등 장기자금 중심의 차입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작년 9월말 롯데카드의 차입부채(ABS포함) 15조2162억원 중 회사채와 장기CP의 조달비중은 각각 48.5%, 22.9%로 장기성 조달중심의 조달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여전히 절대적인 유동성 관리 부담은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현금성 자산 등 자금여력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롯데카드 3700억원 수준의 현금성자산과 1조원 수준의 미인출 금융기관 크레딧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즉시 현금화 가능한 일부 보유유가증권 규모와 운용자산으로부터의 향후 현금흐름 등을 감안할 때 중단기적으로 충분한 유동성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주기적인 3개월 단위 자금수지 계획 수립과 위기단계별 액션플랜 관리 등 유동성 위험 관리를 지속하고 있는 점, 장기화된 조달구조와 비교적 고르게 분포돼 있는 차입부채 만기, 금융기관 차입약정 한도 등을 고려할 때 유동성 위험 확대는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카드는 향후에도 전략적 자금조달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유동성 지표와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전략적 자금 조달을 통해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하고, 조달 비용을 줄이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카드는 오는 상반기 중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레버리지배수 등 자본적정성 지표는 현 수준 대비 개선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