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국내 8개 카드사의 단기차입부채 잔액은 8조109억원으로 전년 말 5조7000억원 대비 40.5%(2조3109억원) 증가했다.

단기차입부채는 카드사가 조달하는 외부 차입자금 중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부채를 말한다. 전체 차입자금 중 단기차입의 비중이 높을수록 단기상환 부담이 증가해 상환 압박 등 유동성 관리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카드사들은 차입 구조를 장기화할 수 있는 회사채나 장기 기업어음(CP) 등을 통한 조달을 선호한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여전채 금리가 6%대까지 치솟는 등 채권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단기차입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별로는 지난해 현대카드를 제외한 7개사의 단기차입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의 단기차입 자금이 8000억원 이상 늘어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카드사 중 단기차입 자금 잔액 규모가 가장 큰 곳은 KB국민카드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전년 말 대비 65.6% 이상 증가한 2조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신한카드가 2021년말 1조1550억원에서 32.5% 증가한 1조5303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카드가 같은 기간 12.7%% 증가한 1조11720억원, 롯데카드가 387% 늘어난 1조12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하나카드도 43.8% 늘어난 87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삼성카드와 BC카드는 한동안 단기차입을 취급하지 않다가 지난해 각각 3000억원과 2036억원씩 단기차입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현대카드는 2021년말 1조4200억원에서 7450억원으로 47.5% 줄어 유일한 감소세를 보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여전채 금리가 치솟는 등 조달 여건이 녹록치 않아 자금 조달을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장단기 CP,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비롯해 단기차입금 규모도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카드사의 단기차입 자금조달 규모가 커진 만큼 유동성 관리 부담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작년 3분기말 국내 카드사의 평균 단기차입의존도는 6.37%로 2021년말 5.23%에서 1.14%포인트 상승했다.

카드사의 경우 자금시장의 상황 변화에 따라 자금조달 여건이 비교적 크게 변화해 자금재 조달 위험에 노출돼 있다. 때문에 단기차입 규모가 커 유동성차입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경우는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카드채권은 실질적으로 장기성 자산의 성격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단기상환 부담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자산, 부채 간 만기구조 매칭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단기성 자금에 대해 높은 의존도를 보이면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