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삼표그룹 공익재단인 '정인욱학술장학재단' 이사 전원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고등학교 동창인 것으로 드러났다. 재단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정인욱학술장학재단은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과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발굴, 육성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고(故) 정인욱 삼표그룹 창업주의 경영 철학 아래 1993년 '강원산업장학재단'으로 설립됐다. 초대 이사장인 정 창업주가 1999년 별세하면서 차남인 정 회장이 그룹 경영권과 함께 재단 이사장 직함을 물려받았다.

정 회장은 2001년 지금의 이름으로 재단 명칭을 변경하면서 살림살이를 본격적으로 관장하기 시작했다. 재단 이사회 구성원은 이사장인 정 회장을 포함해 강희복·정구현·박성학·이원평 총 5명으로 꾸려졌다. 이들은 모두 1965년에 경복고등학교 졸업장(40회)을 받은 동창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2001년 취임한 강희복 이사는 한국조폐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2003년 선임된 정구현 이사와 박성학 이사는 각각 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 가톨릭대 호흡기내과 명예교수다. 가장 늦은 2007년 합류한 이원평 이사는 1세대 패션기업인 데코의 전 회장이다. 이들은 최소 16년에서 20년째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재단 이사회는 정 회장 최측근으로 구성된 만큼 '거수기 이사회'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 회장이 주도하는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물론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더욱이 정구현 이사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삼표시멘트 사외이사로 재직한 경력도 있다. 당시 삼표시멘트는 정 이사가 재단 이사라는 점을 공개하지 않았고, 이사회가 추천한 이사 후보라고만 설명했다. 정 이사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표면적으로는 삼표시멘트 경영 감시자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정 회장에게 힘을 싣는 역할을 했단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비영리법인의 경우 비상근 이사에게 별도의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다. 일종의 무보수 명예직인 셈이다. 실제 정인욱학술장학재단의 2021년도 결산공시에 따르면 급여 등 인력비용으로 지출된 금액은 0원이다. 비상근 이사 5명을 제외한 고용직원수가 0명이기 때문이다. 재단 홍보와 모금행사 등에 사용한 모금비용도 0원이다.

기획과 인사, 재무, 감독 등 재단 관리를 위한 일반관리비용으로는 약 2700만원을 지출했다. 특히 정 회장과 동창들은 절반에 달하는 1020만원을 회의비로 썼는데, 전년 350만원 대비 3배 증가한 숫자다. 통상 회의비에는 교통비와 식비, 장소대관료 등이 포함된다. 즉 이사회 개최 횟수가 전년보다 늘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인 설립 목적인 공익사업 비용으로 쓴 돈은 오히려 30% 가까이 줄었다. 재단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삼표그룹 관계자는 "재단의 경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데다, 이곳(재단) 근무자들의 근속 연수가 모두 1년 미만이라 관련 내용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해 줄만한 얘기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