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베이비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았지만, 대출금리는 낮아질 전망이다. 은행의 조달비용을 보여주는 코픽스가 11개월만에 하락 추세를 보이면서 신규 대출금리는 낮게 반영될 예정이다. 반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예대금리차 축소 압력에 따라 예·적금 금리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이 이번주 중 예·적금 금리 인상을 결정한다. 채권금리 하향 안정화에도 예대금리차가 확대됐다는 금융당국의 지적과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예금금리 인상을 고심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리면서 지난해 11월 금통위에 이어 이달에도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 인상을 놓고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16일 은행연합회에서 발표한 지난해 1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1월(4.34%)보다 0.05%p(포인트) 낮은 4.29%로 집계됐다. 코픽스가 전월보다 낮아진 것은 지난해 1월(-0.05%p)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시중은행들은 17일부터 신규 주담대 변동금리에 이날 공개된 코픽스 금리를 반영했다. 코픽스 하락에 따라 대출금리도 소폭 내린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주담대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가 5.78∼7.48%에서 5.73∼7.43%로 낮아진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코픽스가 낮아진 것은 코픽스의 구성 요소 중 비중이 가장 큰 저축성 수신상품 금리가 내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예금 금리를 지난해 11월 연 5%까지 끌어올린 시중은행을 상대로 수신금리 경쟁 자제를 요청하면서 예금금리는 다시 3~4%대로 내린 상태다.

최근 은행채 1년물 금리도 일주일 새 0.4%p 가까이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예금 금리도 비슷한 폭만큼 더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요 은행들은 시장금리와 반대로 금리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살피다 오히려 시장을 왜곡한 금리를 결정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금리를 거슬러 예금금리를 올려버리면 추후 코픽스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는 상황이 다시 이어질 수 있다. 당국의 압박에으로 대출금리는 내리기로 하면서, 소비자 혼선과 함께 장기적으로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16일 은행연합회 공시 기준 3.78~4.10% 수준으로 형성됐다.

은행 상품별로 12개월 최고우대금리는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4.10%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4.00% ▲우리은행 원플러스예금 3.98% ▲국민은행 KB스타 정기예금 3.86% ▲농협은행 NH왈츠회전예금II 3.78% 등이다. 최근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우리은행은 잇달아 3%대로 내려왔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4% 초반을 지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의 상황에 따르자면 최근 은행채 금리 하락으로, 예·적금 금리는 올리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면서도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 여론과 예대차 축소에 따른 부담 때문에 인위적으로 수신금리를 올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