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건우 기자] 연초부터 코스닥 상장사의 전환사채(CB)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증시 부진 여파로 대부분 하향 리픽싱 사례가 발생한 가운데 일부는 상향 리픽싱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되는 경우도 있어 눈길을 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일 이후 CB 리픽싱을 맞은 코스닥 기업은 ▲2일 지더블유바이텍, 텔콘RF제약, HLB생명과학, 코디, THE MIDONG ▲3일 MDS테크 ▲4일 파라텍(1회차), 넥스턴바이오 ▲5일 이브이첨단소재, SBW생명과학, 소니드, 파라텍(2회차), 애머릿지 등이다. 이 중 지더블유바이텍과 MDS테크는 상향 리픽싱이고, 나머지 기업들은 하향 리픽싱 사례에 해당한다.

CB의 전환가액은 일정 주기로 회사의 시가변동을 반영해 갱신된다. 회계적 산출방법에 의해 조정된 전환가액의 변동폭은 특정기간 동안 회사의 평균적인 주가 변동폭과 상당히 비례한다. 회사의 전환가액이 크게 하향조정된 기업은 해당 기간 주가 역시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달 들어 가장 두드러지는 리픽싱 하향폭을 보인 기업은 이브이첨단소재(37.29%↓), SBW생명과학(30.61%↓)이다. 그외에 파라텍(15.91%↓), 소니드(12.78%↓), HLB생명과학(10.48%↓), 코디(10.10%↓) 등이 10%를 상회하는 수준의 하향 리픽싱을 겪었다.

하향 리픽싱된 CB는 전환가능주식수도 비례적으로 늘어난다. 주가 하락이라는 악재가 회사의 주식전환가능물량의 증가를 야기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대개 재무적투자자(FI)의 전환청구권 행사로 신규 상장되는 CB의 전환물량은 '잠재적 매도물량'으로 분류돼 지속적으로 회사의 주가에 부담을 주는 경향이 있다.

이브이첨단소재의 경우 2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겪은 이후 7회차 CB의 리픽싱이 발생해 그 여파가 더욱 크다. 통상 감자만을 반영할 경우, CB의 전환가액 역시 두 배로 상향조정하고 전환가능주식수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당초 감자전 전환가액(3130원) 대비 시가가 953원으로 매우 낮았기 때문에, 최종 전환가액이 감자후 시가를 반영해 1963원으로 조정됐다. 전환가액의 하향폭은 줄어들었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주주들의 보유주식수가 반토막이 난 가운데 7회차 CB의 전환가능주식수는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기존 주주들의 주가희석과 맞물려 유통주식수 대비 잠재적 매도물량 부담도 크게 증가한 모양새다.

SBW생명과학은 작년 하반기부터 타법인의 전략적투자 검토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는데, 피인수 과정에서의 대규모 유상증자 및 최대주주변경 가능성이 제기되며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파라텍도 지난해 하반기 서산공장 증축 관련 계약의 잔금과 운영자금 등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주가하락을 경험했다.

반면 같은기간 지더블유바이텍과 MDS테크는 주가가 오르며 CB 상향리픽싱의 수혜를 봤다. 작년초부터 상향리픽싱 의무화 규정이 도입되면서 회사의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에도 최초계약에서 정한 전환가액을 상한으로 전환가액을 상향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지더블유바이텍은 독점 판매권 계약 수주 등 영업 측면의 호재가 주가상승을 이끌었고, MDS테크는 작년말 대규모 자사주 소각 등 주가부양책이 효과를 봤다.

재무적투자자(FI) 입장에서는 제 때에 전환청구권 행사를 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잠재적 주식전환 물량이 줄어 주가 측면의 부담이 감소한다. 주가 상승이라는 호재가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지더블유바이텍과 MDS테크는 전환가액이 각각 5.18%, 9.77%씩 올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상향 리픽싱은 미래에 주식으로 전환가능한 사채물량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그 자체가 또 다른 호재로 인식된다"면서 "특정 계기를 바탕으로 한 차례 주가상승을 경험한 기업이 상향 리픽싱을 겪으며 재차 주가가 탄력을 받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