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동에 이어 보름 만에 베트남 삼성 R&D센터 개소식에 참석하면서 글로벌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 출장은 지난 2020년 10월 부회장 신분으로 공사 현장을 방문한 이후 약 2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23일 이 회장이 한·베트남 수교 30주년에 맞춰 하노이시 THT 지구에 위치한 베트남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당초 기념일인 이달 22일 예정이었으나 현지 사정 등으로 23일로 하루 연기됐다.
이 회장은 "베트남 삼성R&D 센터는 베트남의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한·베트남 양국 간 우호협력 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경영진과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응우옌 쑤언 탕 호찌민정치아카데미 원장, 찐 반 썬 베트남 총리실 주임장관, 휭 타잉 닷 베트남 과학기술부 장관, 오영주 주베트남 한국대사 등이 참석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미국, 영국, 인도 등 삼성전자의 주요 글로벌 R&D센터 임직원들은 베트남 R&D센터 준공을 축하하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베트남 삼성 R&D센터는 글로벌 기업이 베트남에 세운 최초 대규모 종합 연구소다. 대지면적 1만1603㎡, 연면적 7만9511㎡에 달한다. 앞으로 2200여명의 연구원들이 이곳에 상주하며 ▲스마트 기기 ▲네트워크 기술 ▲소프트웨어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2020년 3월 착공해 10월 토목공사가 완료됐다. 2021년 4월 지상 골조공사를 시작했으며 11월 인테리어 마감 등의 과정을 거쳐 3여년 만에 완공됐다. 지상 16층·지하 3층 규모로 건설됐으며 ▲최첨단 연구시설 ▲피트니스 센터 ▲구내식당▲옥상 정원 ▲동호회 공간 등 임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시설을 갖추고 있다.
삼성은 베트남을 종합 연구개발까지 수행하는 글로벌 전략 거점으로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모바일 기기용 소프트웨어의 핵심 기술인 ▲멀티미디어 정보 처리 ▲무선 통신보안 분야 등에 특화해 베트남 R&D센터의 전문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은 1989년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하노이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무역 프로젝트 발굴 활동을 시작하면서 베트남에 처음 진출했다. 1995년 베트남 남부 호찌민 지역에 TV 생산 공장과 판매 법인을 세우고 TV 생산 및 판매에 나섰다.
이 회장은 출장 중 베트남 R&D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후 베트남 정·관계 인사들과 만나 사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주석(당시 총리)과 회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신규 투자 등에 이야기도 오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베트남 투자는 고 이건희 선대회장과 판 반 카이(Phan Van Khai) 전 베트남 총리의 2005년 '하노이 회담'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당시 이 선대회장은 베트남이 1986년 시장경제 체제 전환 이후 고도성장을 이루는 데 성공했으며, 향후 양국 간 경제 협력을 통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베트남에 대한 투자 확대를 결정했다.
이후 약 10여년에 걸쳐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2014년), 삼성SDI(2009년), 삼성전기(2013년) 등 전자부문 계열사들이 베트남에 진출했다. 현재 6개 생산법인, 1개 판매법인 및 R&D센터 운영 중이다.
삼성은 당초 베트남에서 중저가 제품을 위주로 생산했다. 이후 점진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현재는 최신 폴더블 스마트폰 및 4·5G 네트워크 통신 장비, TV,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배터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를 생산하는 '글로벌 생산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에는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 이외에도 삼성생명(2008년), 삼성화재(2002년), 삼성물산 건설(2013년), 삼성엔지니어링(2013년), 제일기획(2011년), 호텔신라(2015년) 등이 진출해 있다.
삼성은 베트남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며 양국 간 관계 강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은 2021년 베트남에서 수출 654억달러(한화 약 84조원)를 기록해 베트남 총수출의 약 20%를 담당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12년 이건희 선대회장과 함께 베트남을 찾아 스마트폰 생산 현장을 점검한 이래, 베트남 주요 인사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삼성의 베트남 사업을 챙겨 왔다.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응우옌 쑤언 푹 현 베트남 주석(당시 총리)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편, 이재용 회장은 삼성R&D 센터 준공식을 전후로 하노이 인근 삼성 사업장을 찾아 스마트폰 및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살펴보고 사업 현황 및 중장기 경영 전략을 점검한 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