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설동협 기자] 오늘날 온라인으로 살 수 없는 물건을 생각해 보자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비대면이 트렌드로 자리잡았고, 값싼 물건부터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명품까지 온라인을 통해 구매가 가능한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최근 발빠른 기업들이 이커머스 부문에 적극 힘싣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같은 '온택트(온라인+비대면)' 시대에서도 살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바로 '국산차'다. 국내에 딜러사를 두고 있는 해외 완성차 업체의 경우 온라인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여전히 오프라인을 고집 중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 또한 그렇다. 이유는 수년 째 동일하다. 판매 영업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에서 노동조합이 극구 반대하고 있는 탓이다.

눈 여겨 볼 점은 이런 현대차도 해외에선 온라인 판매를 진행 중이라는 것. 지난 2017년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인도, 호주, 포르투갈 등 세계 각지에 온라인 판매를 도입 중이다. 여전히 국내에서만 온라인으로 살 수가 없는 셈이다.

고가의 물건에 속하는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선뜻 사는 소비자가 존재할까, 이런 의문이 따를 수 있다. 무릇 자동차라면 최소 수천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얼굴을 맞대고 종이 계약서를 작성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클 테니 말이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 보자면, 이 또한 단지 고정관념에 불과해 보인다. 실구매자로 급부상한 MZ세대(1980년초~2000년초)는 디지털이 오히려 친숙하다. 고가의 물건이라 하더라도 온라인 구매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다는 얘기다.

이미 글로벌 자동차 판매망은 빠르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추세 전환되고 있는 상태다.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 테슬라 또한 비교적 신생업체에 속하지만 온라인 판매망이 고속 성장에 크게 한 몫 했다. 

실제 테슬라가 온라인으로 차를 판매한다고 했을 때, 오프라인으로 굳어진 자동차 구매 방식이 쉽게 바뀌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테슬라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전년 대비 2배 성장한 92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중 대부분은 수천만원짜리 차를 매장에서 보지도 않고 샀다는 뜻이다.

현대차 입장에선 난처하다. 국내 최대 업체임에도 시장 온택트 추세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를 하자니 노조의 반발이 두렵고, 오프라인으로만 팔자니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돈다. 

최근 국내에서도 자동차 온라인 판매에 대한 시도가 싹을 텄다. 한국지엠의 경우 일부 모델(타호, 볼트EUV)들을 100% 온라인 전용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 구매시 판매 영업 사원 전용 코드를 입력할 수 있도록 해 상생의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고정관념은 깨는 것'이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미국 애플이 '휴대폰은 전화만 하는 것'이라는 틀을 깨고 스마트폰이라는 물건을 세상에 내놨을 때, 우리의 삶은 큰 변화를 맞이했다. 판매방식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재편되고 소비자의 구매방식도 변하고 있지만 현대차 노조는 애써 외면 중이다. 현실 부정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없다. 뭐든 시기를 놓치면 뒤탈이 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