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한 때 '10만 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던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대로 하락하며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확산 등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과 부정적인 반도체 시장 전망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매도로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전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 기회를 맞는 것은 거시경제 상황이 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 외국인 투자자, 시장 불확실성에 대거 매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0원 오른 6만7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8일까지 2거래일 지속한 52주 신저가 기록은 멈춘 모양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14.5%가량 떨어졌다. 지난해 말 8만500원을 기록한 후 줄곧 우하향 곡선을 그려온 것이다. 삼성전자의 약세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행진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초 55.72%였던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20일 51.17%까지 감소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에만 삼성전자 주식을 2조원 넘게 팔았다.

업계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봉쇄 장기화 등으로 인한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이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개별적인 문제 보다는 반도체 시장에 대한 우려로 인한 주가가 부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에 이어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 2·3위를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역시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연말 13만1000원이었던 주가가 20일 현재 11만 2500원에 거래되는 등 올해만 12.45% 가량 떨어졌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올해 24% 하락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현물가격이 7주 연속 하락하는 등 반도체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주 D램 현물 가격은 제품별로 0.6%에서 3.6%까지 하락했다.

◆ TSMC·엔비디아…시스템반도체 기업도 하락세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반도체 업황을 보여주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올해 들어 23.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도 두 자릿수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의 주가는 올해 22.79% 하락했으며, 미국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는 26.3% 내렸다.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 부진은 수요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뀐 탓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1분기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7.3% 줄어든 7750만대를 기록했다"면서 "PC 시장의 붐이 끝났다"고 분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월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1억216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14% 감소하며 8개월 연속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19% 감소하면서, 당분간 수요 부진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주의 약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확산함에 따라 가계의 비필수재인 정보통신(IT) 내구재 소비 둔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반도체 기업의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수 있다는 시그널이 감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완화적 금리 인상과 중국의 강력한 경기 부양에 따라 반도체 지수가 강세를 보이면 반도체 주가도 곧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