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일운 기자] 현금 보유고가 3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넷마블이 최대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스핀엑스 인수 대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금융투자(IB)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일단 스핀엑스 지분을 담보로 한 차입(인수금융)을 일으키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추가로 재무적 투자자(FI) 확보할 가능성도 제외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별도 기준 넷마블이 보유한 현금은 2358억원이다. 스핀엑스 인수·합병(M&A) 계약금을 간신히 충당할 수준이다. 연결 기준 현금 보유고는 1조5000억원에 육박하지만, 연결 대상에 포함되는 자회사들의 자체 자금 수요를 고려할 때 이를 오롯이 스핀엑스 인수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넷마블은 결국 차입 카드를 택할 수밖에 없다. 대규모 M&A 자금 마련을 위해 가장 널리 이용되는 인수금융이 '플랜 A'로 거론된다. 통상 매입대상 자산의 가치 대비 50% 내외 담보비율(LTV)을 적용하는 인수금융 시장의 관행에 비추어보면 최대 1조2000억~1조3000억원을 담보부 차입으로 조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LTV를 더 높게 인정받는다면 이보다 많은 인수금융을 일으키는 것도 가능하다.

넷마블에게 담보부 인수금융은 생소하지 않다. 이미 지난 2016년 스핀엑스와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나스닥 상장사 인수를 추진할 때 국내 기관들로 대주단을 구성, 자금 조달 준비를 해본 경험이 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실질적으로 지급하는 매수 대금이 1조7000억원대라는 점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주단에 참여하는 기관들이 LTV를 산정할 때 스핀엑스 지분의 가치를 2조5000억원이 아닌 1조7000억원으로 간주, 한도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천억원 수준의 자금은 자체 신용을 활용한 단기 차입도 가능하다. 당장 지난해 코웨이를 인수할 당시 5500억원을 하나은행과 크레디스트위스은행에서 단기 차입해 급한 불을 끈 적이 있다. 코웨이를 비롯한 자회사·관계회사들의 현금 창출력이 워낙 뛰어나 배당을 기대할 수 있고, 회사채 발행이 문제없이 가능할 정도의 신용도를 갖추고 있기에 검토해볼 수 있는 옵션이다.

담보부 차입과 신용조달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빈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FI 영입이라는 카드를 검토해볼 수도 있다. FI는 공동으로 지분을 매수해 금융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은 물론, 일정 수준의 금융 비용을 치르더라도 스핀엑스에 대한 지배력을 극대화하는 방식 모두를 사용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추후 넷마블 측이 FI가 보유한 스핀엑스 지분을 매입하거나, 스핀엑스를 기업공개(IPO)하는 방식으로 F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통로를 제공할 수 있다. 후자는 또다른 소셜 카지노 게임사인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 M&A 사례처럼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이 SPC가 발행하는 메자닌(Mezzanine)을 FI가 매입토록 하는 방식으로 일정 수준의 수익을 보장해줄 수 있다. 

FI를 SPC 메자닌 투자자로 영입하는 방식은 인수금융 가운데서도 중순위 대출과 유사하다. 실질적으로는 차입형 조달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다만 FI입장에서는 추후 스핀엑스와 SPC의 합병→IPO로 이어지는 엑시트 통로를 설계해 추가 수익을 노려볼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