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SK텔레콤의 미수금(별도기준)은 전년 동기대비 38.6% 감소한 70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425억원 보다 4404억원 줄어든 수치다. 미수금은 기업이 영업외 활동으로 벌어들인 외상 매출에 해당한다. 미수금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외상 값을 회수했다는 의미다.

세부 내역을 보면 미수금의 76%를 차지하는 단말채권 규모가 3866억원 가량 감소한 게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단말 채권에는 스마트폰이나 태플릿PC 등을 할부로 판매한 대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부 사업자간에 정산되는 접속료 등도 포함돼 있다. 올해 3분기 결제일이 도래하지 않아 미수금으로 인식된 단말채권 규모는 5302억원으로 전년 동기 9169억원보다 42.2% 가량 줄였다. 

SK텔레콤은 자산유동화증권(ABS) 시장에 단말채권을 넘겨 현금을 확보해왔는데, 양수 규모를 늘리면서 단말채권 잔액이 대폭 줄었다. 증권회사 등 금융시장은 유동화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목적회사를 만들어 단말기할부대금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한다.

SK텔레콤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SK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에 단말채권을 넘겨 확보한 자금은 약 4조2156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조7693억원보다 7209억원 증가했다. 비율로는 19% 가량 늘었다. 실제 단말 잔여분할 상환금은 약 4조4902억원 규모로 6.1%의 할인율이 적용됐다. 

통상 통신사가 손해를 보면서도 채권을 넘기는 이유는 현금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 제조업체로부터 단말기를 매입해 시장에 내다파는데, 주로 24개월에서 36개월 가량의 할부기간 때문에 현금흐름이 불일치한다. 단말 채권을 쥐고 있을 경우 자금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수금은 대표적인 운전자본이다. 통상 기업은 운전자본을 줄이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SK텔레콤도 단말 채권을 소진하면서 현금흐름이 더욱 개선되는 효과를 봤다. 올해 3분기 별도기준 SK텔레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하 영업현금흐름)은 3조4745억원으로 분기 기준 8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1%(1조3160억원) 늘었다. 미수금 등 운전자본 조정으로는 2222억원 유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8402억원) 보다 1조624억원 개선된 수치다.

지난 9월 한국기업평가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순운전자본 부담 증가와 함께 5세대(5G)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대금과 설비투자(CPAEX), 신사업 확대 등 자금 소요 확대가 예상된다. 아울러 미디어와 콘텐츠 후속 투자 규모도 늘어날 예정이다.

실제 SK텔레콤은 '티맵 모빌리티' 분사와 케이블TV 인수 등 신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중간지주사 전환에 나서면서 현금 보유고를 늘리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의 현금성 자산은 대폭 늘어 67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162%(4171억원) 증가한 규모다. 2018년 3분기 이후 계속된 하락세가 주춤하면서 올 3분기를 기점으로 본격 증가세로 돌아서며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