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이명희 그룹 회장으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증여 받으면서 이들의 세금 납부 방안에 재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앞선 지난 28일 이 회장은 자녀들에게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 8.2%씩을 넘겼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증여받은 주식은 각각 이마트 229만주, 81만주다. 지난 28일 종가를 기준으로 하면 증여 받은 이마트 주식가치는 3244억원, 신세계는 1688억원으로 총 4932억원에 달한다.
국내 증여세 과세표준 상 증여받을 주식가치가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수증자 세율은 50%다. 또한 이 회장은 기존 신세계·이마트의 최대주주로 증여세에 20% 할증이 붙는다. 이로 인해 이들에 대한 증여세율은 60%로 높아진다. 단순 계산하면 정 부회장의 증여세 예상 납부액은 1940억원, 정 총괄사장은 1000억원 가량이다.
다만 이들의 최종 납부액은 현재 예상가보다는 큰 차이가 날 여지도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받은 주식의 상속가액은 증여일 전후 2개월 동안의 종가 평균액으로 산출되는 까닭이다.
◆광주신세계·SI 활용하나
재계는 정용진 남매의 증여세 규모가 워낙 큰 터라 이들이 보유한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재원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광주신세계 지분을 신세계에 넘길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이 경우 정 부회장은 증여세 납부액의 절반 이상의 현금으로 확보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은 광주신세계 지분 52.08%를 쥔 최대주주로 지난 28일 종가 기준 보유지분가치가 1242억원에 달한다. 또한 계열사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인 만큼 신세계그룹의 광주신세계 지배력이 희석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광주신세계 지분 매각은 남매간 교통을 정리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일찌감치 정 부회장이 이마트 계열을,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 계열의 경영을 맡아왔다. 이 때문에 재계는 시간이 문제지 언젠가는 정 부회장이 광주신세계 지분을 신세계에 넘길 것이란 시각을 견지해 왔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을 활용할 여지가 적잖다. 특히 정 총괄사장은 정 부회장에 비해 주식 매각이 자유로운 편이라 증여세 재원 마련이 손쉬운 편이다.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최대주주는 신세계로 45.7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 총괄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15.14%)을 대부분을 시장에 내놔도 지배력 유지에 문제가 없다. 28일 종가 기준 정 총괄사장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분가치가 1627억원에 달하는 걸 고려하면 블록딜 방식으로 10% 이상의 지분을 수일내 매각할 것으로 재계는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증여받은 이마트 및 신세계 지분을 납세 담보로 제공할 경우 최대 5년간 연부연납 방식으로 세금을 분할납부 할 수 있는 만큼 이마트와 신세계, 광주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으로부터 지급받을 배당금을 증여세 납부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2세들 등기임원 오를지도 관건
정 부회장 남매는 이번 증여로 그룹의 핵심 축인 이마트와 신세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마트 보유 지분율이 10.33%에서 18.55%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신세계 지분은 10.34%에서 18.56%로 높아지게 됐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이들이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등기임원에 오르지 않겠느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신세계그룹 내에서 총수일가가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상장계열사는 한 곳도 없다. 이는 경영권 행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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