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양도웅 기자]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증권사 등급 하향 요소로 '수익성'을 꼽았다. 곧 1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어, 눈에 띄게 실적이 악화한 곳은 신용등급 관리에 사활을 걸어야 할 판이다.
지난 9일 한신평이 웹캐스트로 진행한 '크레딧 이슈 점검'에서 김영훈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수석애널리스트는 "최근 대형 증권사들은 위험 투자가 늘면서 자본적정성이 저하하고 레버리지비율이 상승했다"며 "자산에서 손상 등이 발생해 수익성이 악화하면 신용도 하향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중소형사는 대형사보다 고위험 투자 규모는 작지만, 유동화증권(ABS) 차환 발행시 대응 여력이 상대적으로 더 낮기 때문에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특히, 유사시 (계열사 등으로부터) 지원 가능성이 적은 중소형사의 경우 더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증권사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는 트리거(Trigger)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현재 증권사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주요국 주가 지수 폭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발 대규모 증거금 납부 요구(마진콜)를 받아든 상태다.
일각에서는 한신평이 다소 우회적이지만 올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사에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치가 나온 증권사 다섯 곳 가운데 전년 동기 대비 분기순이익이 증가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특히, 삼성·NH투자·키움증권의 하락폭이 컸는데, 세 증권사 모두 60% 넘게 순이익이 쪼그라들었다. 이달 중순부터 실적 발표가 본격화하면 수익성 악화가 심각한 곳은 더욱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한신평은 최근 몇 년간 증권사들이 부동산PF 부문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떠안은 유동화증권의 부실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자기자본 대비 차환 예정 물량이 많은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80%), 하나금융투자(70%), 한국투자증권(60%), 키움증권(83%), 하이투자증권(113%), 이베스트투자증권(90%) 등이다.
김영훈 수석애널리스트는 "대형사는 보유 유동성을 통해 대응이 가능하지만, 중소형사는 부동산 PF가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생각한다"며 "즉각적인 차환이 어려울 경우 영업 안전성이 훼손될 수 있어 평소에 보유하고 있던 유동성갭(유동성자산-유동성부채)보다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