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도 ‘디지털자산’ 사업 확대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암호화폐 거래 전문기관 ‘써클(Circle)’과 디지털 자산 지갑 업체 비트고(BitGo)에 투자해 기관투자 대상 비즈니스를 전개할 계획이다. 써클은 올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씨드 인베스트(Seed Invest)와 거래소 폴로닉스(Poloniex)에 투자했다. 이를 활용해 암호화폐 셀사이드(발행 시장 및 유통시장)를 선점한다는 게획이다. 지난 17일 서클은 달러와 연동되는 암호화폐 ‘USDC’를 발행해 상장했다. 또 비트고를 통해서는 기관투자 대상 수탁 서비스를 런칭할 계획이다. 골드만삭스는 크립토펀드나 헤지펀드 등에게 투자자금을 대출해주거나 공매도용 암호화폐를 대여하는 등 소위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골드만삭스와 같이 신뢰도가 높은 기관이 수탁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더 많은 기관투자가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이를 필두로 다양한 금융사와 투자사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피델리티는 지난 10월 디지털 자산(암호화폐) 전문 기관인 ‘피델리티 디지털 에셋(Fidelity Digital Asset Service) 출범을 선언했다. 이 조직은 헤지펀드, 패밀리오피스, 금융기관 등을 대신해 암호화폐를 사고 판다. 피델리티는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포트폴리오 서비스와 함께 암호화폐에 대한 소프트웨어 보안 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인터넷과 분리돼 해킹이 어려운 ‘콜드 스토리지’ 기능 등을 기관투자자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소유한 세계 최대 거래소그룹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백트(Bakkt)’를 출시했다. 백트는 비트코인 선물 출시를 위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며, 실제 현물을 주고받는 실물인수도 방식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도 준비 중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암호화폐 시장 진출을 위해 실무팀을 구성하고 암호화폐 시장 연구를 시작했다. 또 최대규모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로 암호화폐 시장이 합법화되면 ETF를 출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아직 규제가 없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투자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지만 미국 월가가 암호화폐 사업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어, 이를 벤치마킹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대학생 중심의 스타트업이 암호화폐 초기 시장을 형성했다면 국내 금융권 출신 인력들이 하나둘 스타트업에 뛰어들어 성숙한 시장을 조성하고 있다. 투자 참여 기업이나 규모 역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대훈 체인파트너스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관련 기업들이 이런 잠재력에 주목하고 블록체인-디지털 자산(암호화폐)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ATS(대체투자거래시스템)를 통해 증권형 토큰을 합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잡스법 통과 후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발전하고, 3년 뒤 국내에서도 관련 법이 생기고 크라우드펀딩 시장에 왕성한 투자가 이뤄졌듯이, 아직 시기를 확정할 수는 없으나 국내에서도 암호화폐 관련 규제 마련과 함께 본격적인 디지털자산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