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차장] 올해 11월에 열릴 미국 대선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의 각 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두 사람 간 공방전도 점차 가열되는 양상이다.

시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할지 여부에 따라 향후 글로벌 통상환경도 급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이 같은 미국의 대선 결과는 대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 자동차 분야도 마찬가지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구하는 자동차 관련 정책방향은 극과 극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와 정반대의 입장이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전기차를 둘러싼 광기를 끝내버리겠다"고 말할 정도다. 공화당은 역시 "의회 승인 없이 내연 기관차를 제거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망상적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던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날벼락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미국 진출 40여년만에 최대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1980년대 현대차 엑셀로 시작된 현대차그룹의 미국 진출은 '짝퉁 일본차', '고장이 많은 차' 등 굴욕에서부터 시작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가장 많이 팔리는 차'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스텔란티스를 제치고 미국 시장 4위에 안착했다. 2023년 미국 자동차 연간 판매 실적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12.1% 늘린 165만2821대를 판매했다.

미국 내 전기차 전용 공장도 준공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30만대 생산 규모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이는 미국내 첫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향후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다양한 차종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공사 속도도 기대보다 빨라져 내년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이 시작된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경우 전기차 시장에 힘을 주고 있던 현대차그룹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해도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미국 보호주의 기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이후를 대비한 치밀한 전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생산 확대 전략을 준비하거나, EU 등 전기차에 우호적인 다른 시장으로의 판로를 개척하는 등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다행은 현대차그룹은 다른 경쟁 전기차 기업과 달리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계속 강화해왔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순수전기차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위기와 기회는 항상 공존한다. 우려보다는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는 등의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