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이 코인은 어디에 쓰이길래 시세가 이렇게 오릅니까?"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취재하는 기자로서 최근 가상자산 투자에 입문한 이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비트코인이 1억원을 돌파하고 국내 가상자산 일일 거래량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등 시장이 다시 한 번 활황장을 맞이하자 여기저기서 코인 투자를 시작한 이들이 보인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외에 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시바이누(SHIB)와 도지코인(DOGE) 등 상승률이 큰 코인이다. 특히 시바이누는 지난달 말 까지만 해도 0.01원에 불과했지만 이달 초 0.06원까지 무려 500% 증가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도지코인 역시 같은 기간 130% 이상 상승했다.

사실 시바이누나 도지와 같은 코인은 명확한 기술이나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이른바 '밈(Meme)코인'이라고 불리는 유행성 코인인데, 특정 콘텐츠나 캐릭터를 본따 발행한다. 도지코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특히 애정을 보이며 자동차 구매 시 도지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유명세를 탔다. 이 때문에 밈코인의 대장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도지코인은 무분별한 가상자산 공개(ICO)와 투기 열풍을 비꼬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능도, 기술도 모른 채 단순히 가격 상승만을 바라는 투자자라면 장난으로 발행한 코인에도 투자한다는 생각에서 발행했다. 

이처럼 반은 장난으로 시작된 밈코인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정 블록체인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밈코인이 떠야 한다는 공식이 생겼을 정도다. 솔라나 기반의 '봉크(BONK)', 앱토스의 '구이이누(GUI)', 아발란체의 코크이누(COQ) 등 각 메인넷에서 발행된 밈코인은 트랜잭션 활성화를 이끄는 주역이 됐다. 최근 아발란체 재단은 코크이누를 비롯한 아발란체 기반 밈코인을 직접 매수하고 있으며 이들을 지원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서는 기업들은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 개발, 실적, 다양한 사업 진출 등으로 평가받으며 이러한 평가가 곧 주가에 반영된다. 반면 밈코인의 시세는 완전히 투자자들의 심리에만 의존한다. 누구도 특정 밈코인 시세가 왜 갑자기 오르는지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고 급등락도 심해 투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유머와 풍자라는 이름으로 포장돼있을 뿐, 특정 세력을 배불리기만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기술력이나 서비스를 내세운 한 코인은 얼마든지 있다. '투기'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기술 개발과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밈코인에 밀려 소외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세계에서 하루 수백조원에 달하는 가상자산이 거래되는 시기에 밈코인이 주인공이 돼서는 안된다. 가상자산 시장이 점차 성숙해지는 만큼 각 블록체인 재단들은 밈코인보다는 성장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아낌없이 지원을 하는 것이 어떨까. 투자자들 역시 밈코인이 아닌 실제 가치 있는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들에 관심을 갖는 현명함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