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삼성전자 DS부문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HBM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와 비교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경쟁력 확보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다만 아직 삼성전자 HBM에 대한 주요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의 신뢰도가 낮은 만큼 가야할 길이 멀다는 진단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31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상반기 안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8단(24GB) 제품 양산 준비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용량을 더 높인 HBM3e 12단(36GB) 제품은 1분기 내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 품질을 검증 받을 예정이다. 6세대 HBM(HBM4) 제품은 내년 중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 2026년 양산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HBM3,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등 선단공정을 적용한 고부가 제품 판매가 늘었다고 밝혔다.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선단공정 D램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서다. 이에 따라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아지며 지난해 4분기 D램 부문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HBM 비트 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매분기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며 "지난해 4분기에는 전기대비 40% 이상, 전년동기대비 3.5배 규모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4~5세대 HBM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량을 지속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샤인볼트(HBM3e)까지 양산에 들어가면 올해 하반기 HBM 전체 매출에서 관련 제품 비중은 약 9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게 내부 관측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성능컴퓨팅(HPC)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HBM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HBM 수요처인 GPU 제조사는 아무리 급해도 품질 검증 없이는 제품을 채용하지 않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여러 반도체와 함께 AI 가속기로 패키징되는 HBM 특성상 불량이 날 경우 후처리가 복잡해진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사실상 솔밴더(독점 공급자) 입지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도 우수한 품질 경쟁력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신제품 H200에도 HBM3e를 납품할 예정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고객사로부터 경쟁사만큼 신뢰받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GPU 제조사들이 솔밴더인 SK하이닉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삼성전자를 찾는 경향은 보인다"며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 HBM를 주문한 일부 고객사들이 품질 이슈로 불안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컨퍼런스콜에서 HBM 수주 물량이 아니라 생산물량(케파) 밖에 언급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품질이나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진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삼성전자 DS부문 연간 매출은 66조59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2.4% 줄었다. DS부문 연간 영업손실은 14조8800억원으로 적자전환됐다. 아울러 지난해 4분기 분기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21조6900억원, 2조1800억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