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국내 벤처캐피탈 UTC인베스트먼트가 지난 2019년 투자한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솔루션 업체 '에이직랜드'의 투자금회수(엑시트)를 시작했다. 지난해 상장 이후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현재 흐름을 유지할 경우 투자원금대비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UTC인베스트는 이달 총 3차례에 걸쳐 에이직랜드 지분 4.33%를 매도했다. 매각 주식은 총 44만9937주로 약 274억원을 회수했다. 이번 매각으로 보유 지분은 13.06%에서 8.73%(93만2638주)로 감소했다. 잔여지분을 지난 5일 종가인 5만4600원에 모두 매도한다고 가정할 경우 UTC인베스트는 510억원을 추가로 회수할 수 있다.

UTC인베스트는 일찍부터 에이직랜드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보고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2019년 230억원 밸류에이션에 40억원을 투입하며 첫 투자를 시작했다. 에이직랜드는 당시 벤처캐피탈 업계에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는데 UTC인베스트는 회사가 반도체 파운드리(생산) 회사인 TSMC의 유일한 디자인하우스 국내 파트너인 점을 높게 평가하고 투자를 결정했다.

반도체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 회사가 설계한 반도체를 제조회사가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등과 같은 팹리스 회사가 반도체를 설계해 에이직랜드에 전달하면 이를 공장에서 생산 수 있도록 도면으로 만들어 TSMC와 같은 파운드리 회사에 보내는 방식이다.

3년 뒤인 2022년에는 후속투자도 단행했다. 에이직랜드가 추진한 투자금 유치에 힘을 보탰다. UTC인베스트는 리드투자자로 참여해 40억원을 납입했다. 당시 피앤피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등이 공동 투자자로 참여해 총 120억원을 조달했다. UTC인베스트가 2019년부터 에이직랜드에 총 투자한 금액은 80억원이다.

투자자들로부터 유동성을 공급받은 에이직랜드는 이후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 655억원, 영업이익 108억원을 올렸다. 이는 UTC인베스트의 투자 직후인 2020년 올린 매출 235억원 영업이익 11억원보다 각각 178%, 880%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에는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며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에이직랜드는 263만6330주를 공모했는데 구주매출 없이 전량 신주를 모집했다. 투자자들은 상장 이후 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 자발적으로 1~6개월 가량의 락업(보호예수)을 설정하며 회사 성장을 기대했다.

기다림은 3개월 만에 두 배에 달하는 주가상승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12월26일 처음으로 6만원을 넘어선데 이어 지난 2일에는 장중 6만3800원을 터치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는 주가가 소폭 하락해 5만원 중반대를 유지하는 중이다. UTC인베스트는 엑시트에 나서도 될 만큼 주가가 충분히 상승했다고 판단해 이달부터 지분매각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주가에서 남은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고 가정해도 원금의 약 10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며 "일찍부터 회사의 가치를 알아보고 투자한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