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엔씨소프트는 내년 1월 만기가 도래하는 11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현금으로 상환할 계획이다. 3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단기금융·투자상품까지 정리하면 2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덕분이다. 다만 게임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주력 서비스 '리니지' 노후화로 현금창출력이 감소한 만큼 향후 대응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1일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내년 1월 26일 만기도래 하는 11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보유 현금으로 상환할 예정"이라며 "금리를 포함한 전반적인 경기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채권은 2019년 1월 28일 신규 게임 콘텐츠 개발 및 운영을 위해 5년 만기로 발행한 물량으로, 금리는 연 2.232%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개발사 인수합병(M&A)을 위해 보수적 재무정책으로 실탄 쌓기에 여념이 없는 엔씨소프트가 보유 현금으로 공모채 상환에 나선 이유는 차환 발행 시 이자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농후해서다. 여기에 차입금 증가로 재무부담이 커진다면 신용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도 고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회사채 금리(3년물, AA- 기준)는 올해 3월 4.18%에서 6월 4.35%, 9월 4.66%, 10월 4.92% 순으로 지속 상승 중이다. 아울러 엔씨소프트의 경우 현재까지는 AA(안정적) 신용등급을 유지 중이지만 리니지 노후화와 엔데믹 이후 이용객은 감소한 반면, 인건비 증가로 3분기 기준 매출(2조238억원→1조3421억원)과 영업이익(5116억원→1334억원)이 전년 대비 각각 33.7%, 73.9%나 쪼그라들면서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도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유동성이 풍부한 것도 현금 상환을 결정하게 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엔씨소프트는 9월말 연결기준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623억원이다. 아울러 만기 1년 이내 정기예금과 유동성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채무상품까지 더하면 가용 현금이 2조1278억원에 달한다. 굳이 차환 발행으로 더 많은 이자를 낼 필요가 없기에 보유 현금으로 처리를 결정한 셈이다.

다만 이번 공모채 상환 이후 엔씨소프트의 행보가 중요하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반응이다. 올 9월말 기준 부채비율 37.1%, 순차입금 마이너스(-) 1조4827억원 등 재무건전성은 우수하다. 하지만 게임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비우호적인 데다 엔씨소프트를 떠받쳐왔던 리니지 시리즈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상태라 IP 발굴 및 신작 출시 등으로 현금창출력을 개선하지 못할 경우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단 이유에서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재무적 여력이 있기 때문에 상환 능력은 안정적이지만 실적 면에서 봤을 때 비우호적인 환경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레전드 IP를 가지고 있지만 전반적인 볼륨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내년 선보이는 신규 IP가 PC, 콘솔 영역에서 경쟁력을 입증해야 신용등급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LLL, 배틀크러쉬 등 현재 개발하고 있는 게임들이 PC만 아니라 콘솔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멀티 플랫폼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이들 신작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규 타이틀로, 순차적으로 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