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LB인베스트는 올들어 '미래창조 LB 선도기업 투자펀드 20호(이하 미래창조펀드)' 청산을 진행 중이다. 1년 전 해산을 결의한 뒤 회수가 이뤄지지 않은 포트폴리오들의 지분을 서둘러 매각하고 있다. 되도록 만기(2024년 2월 25일)를 넘기지 않고 청산 작업을 매듭짓는다는 구상이다.

미래창조펀드는 지난 2014년 2월 약정총액 1159억원 규모로 결성됐다. 국민연금, 사학연금, 모태펀드, 정책금융공사, 지방행정공제회 등 굵직한 기관출자자들이 유한책임조합원(LP)으로 참여했다. 펀드 만기는 최초 8년으로 설정했지만, 1년씩 두 차례 연장해 운용 중이다.

현재까지 회수한 금액은 약 2120억원으로 투자원금의 2배 수준이다. ▲눔 ▲컬리 ▲툴젠 ▲펄어비스 ▲모비릭스 ▲바디프랜드 ▲카카오게임즈 ▲글로벌텍스프리 ▲에이티젠(現 엔케이맥스) 등에 투자해 기준수익률 8%를 일찌감치 넘겼다.

특히 초기 단계에 투자한 게임사 포트폴리오들이 대박을 터뜨렸다. 2014년 25억원을 투자한 펄어비스는 2017년 400억원을 회수하며 멀티플(배수) 16배를 기록했고, 2015년 50억원을 투자한 카카오게임즈는 2020년까지 총 517억원의 회수금을 안겨줬다. 모바일 게임사 모비릭스에도 40억원을 투자해 원금의 4~5배를 회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컬리, 툴젠, 에스엘테라퓨틱스 등 잔여 지분을 갖고 있는 포트폴리오들도 있다. 초기부터 투자를 단행한 만큼 준수한 회수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곳들이다. 조만간 보유 지분을 장내매도하거나, 다른 운용사에 구주를 매각하는 형태로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LB인베스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그로스IRR 30%에 육박하는 청산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며 "컬리 등 비상장 주식의 경우 기존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구주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밸류에이션 협상 여하에 따라 출자자들과 펀드 만기 연장을 논의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창조펀드 앵커LP(주축 출자자)는 500억원을 책임진 국민연금이다. LB인베스트는 2007년 국민연금 출자를 받아 운용한 '국민연금 07-06 LG투자조합 12호'가 14%대의 준수한 수익률을 올린 덕분에 출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번 펀드를 청산하면 LB인베스트는 또 한 번 '국민연금 우수운용사(수익률 12% 이상)' 자격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 우수운용사 조건을 충족해 출자 받은 펀드로 재차 우수운용사 지위를 확보하는 선순환 사례를 남길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