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경진 기자] 전문가용 최고급(하이엔드) 등산 배낭 제조사 동인기연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한다.

시장에서는 아크테릭스, 그레고리, 블랙다이아몬드, 코토팍시 등 글로벌 아웃도어 기업을 두루 고객사로 확보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차별화된 사업영역을 구축하고 높은 실적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실현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 아크테릭스·그레고리가 찜한 OEM·ODM 업체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인기연은 오는 11월 1~7일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IPO를 본격화한다. 공모 희망가격(희망밴드)는 3만3000~3만7000원으로 제시했다. 희망밴드 최상단 기준 목표 시가총액은 2372억원이다.

동인기연은 오는 11월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한다. 넥스틸, 두산로보틱스, 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에 이어 올해 5번째 코스피 상장사가 될 예정이다. 동인기연의 상장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동인기연은 1992년 설립된 기업이다. 사업 초기에는 등산용 배낭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튜브 제조 사업을 영위했다. 이후 전문가용 하이엔드 등산 배낭을 직접 제조, 판매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및 제조자개발생산(ODM) 사업을 영위하는 중이다.

IPO를 앞두고 IB업계에서는 동인기연의 고객사 면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크테릭스(캐나다), 그레고리(미국), 블랙다이아몬드(미국) 등 글로벌 톱티어 기업들을 두루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는 덕분이다. 현재 글로벌 고객사 수는 40곳이 넘는다. 또 이들과 평균 20년 이상 오랜 사업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든든한 고객사 덕분에 현재 동인기연은 업계 1위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하이엔드 등산 배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45%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등산 배낭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OEM·ODM 기업은 전세계적으로도 소수에 불과하다"며 "오랜 기간 고객사들로부터 신뢰를 받으면서 높은 시장 지배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기술력 무기로 사업 외연 확대 '박차'

동인기연이 글로벌 톱티어(Top-tier) 기업들을 두루 고객사로 두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기술력이 꼽힌다. 알루미늄 가공 기술 등을 자체적으로 확보해 고객사가 원하는 형태의 등산 배낭을 제작,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동인기연의 기술력은 미국 정부로부터 공인받기도 했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동인기연이 제조한 배낭을 미군들이 사용한 것이다. 덕분에 동인기연의 업계 인지도는 더욱 올라갈 수 있었다.

동인기연은 이런 원천기술을 활용해 현재 제품 다각화에도 성공한 상태다. 알루미늄 소재가 들어가는 캠핑용 텐트, 의자, 수상용품 등을 제조한다. 배낭 외 제품 매출도 현재 전체 22%(2022년 기준)에 달한다.

동인기연의 사업 경쟁력은 실적 수치로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2021년 매출 성장률은 46%, 이듬해인 2022년 매출 성장률이 49%에 달했다.

이 기간 동인기연은 OEM·ODM 업계 평균 대비 높은 수익성도 기록했다. 2021년 기준 순이익률은 8.8%로, 2022년에는 순이익률이 11.2%를 기록한 것이다. 업계 평균 순이익률이 4.11%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익성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올해 들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실적 조정을 겪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전세계적으로 소비재 수요가 줄어든 게 조정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동연기연은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고객사들이 제품 발주량을 한번에 크게 늘렸다가, 예상치 경기 침체 여파로 재고 처리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규 제품 수주량이 줄면서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줄어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실적 부침을 일시적인 이슈라고 진단한다. 재고 처리 문제가 올해 4분기를 기점으로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데다, 동인기연의 경우 하이엔드 제품을 제조하는 특성상 경쟁사 대비 실적 하락 수준이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2023년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1092억원, 영업이익은 158억원을 실현한 상태다. 이는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수준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동인기연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전문가용 등산 배낭은 마니아 층이 있는 대표적인 '고관여 제품'으로 분류될 수 있다"며 "고객사의 재고 처리 문제가 해소되는 데 맞춰 다시 실적은 성장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