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의료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암을 진단하는 시대가 열렸다. 이미 유럽 일부 국가에선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가 의사 1명의 몫을 성실히 해내고 있다"

김기환 루닛 최고의학책임자(CMO)는 12일 딜사이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는 3분기에 루닛 인사이트 MMG의 유럽 매출이 반영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김 CMO에 따르면 MMG는 지난 8월 처음으로 스웨덴 스톡홀름 소재 '카피오 세인트괴란 병원(Capio S:t Göran Hospital, 세인트괴란 병원)'에서 상업 판매가 시작됐다. 이는 AI가 의사 1명을 대체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말이다.

실제 세인트괴란 병원은 유방암 진단을 위한 이중 판독 과정에 의사 한명 대신 루닛 인사이트 MMG를 적용해 판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AI가 실제 의료환경에서 의사 두명 중 한명을 대체해 최종 진단까지 담당하는 경우는 이번이 전 세계 최초 사례다. 세인트괴란 병원은 의료진 1500명이 근무하는 스웨덴 최대 사립병원으로 향후 연간 18만건 이상 진행되는 스웨덴 국가 유방암 검진 프로그램에도 루닛 AI 솔루션을 활용할 예정이다.

김 CMO는 "스웨덴의 세인트괴란 병원도 기존에는 의사 2명이 판독하는 시스템이었지만 루닛과의 다양한 연구를 통해 AI가 의사 1명을 대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며 "이 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해당 병원은 보건당국에 AI로 의사 1명을 대체해 사용해도 되는지 직접 문의를 했고, 보건당국은 최근 이를 허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기업 중 우리와 직·간접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 이들 역시도 아직까지 상업 목적의 판매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대다수의 유럽 국가는 스웨덴처럼 유방암 검진 시 영상의학과 전문의 2명이 '이중 판독(Double reading)'을 하도록 가이드라인에 명시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유방촬영술 판독이 어렵기 때문이다. 나아가유방촬영술을 판독하는데 있어 숙련도에 따라 의사간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유럽국가들은 다른 지역 국가들과 달리 이중 판독 시스템을 선호하고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의 경우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유럽 국가 의료기관들은 이를 철저히 지키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 유럽 내 영상의학과 전문의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중 판독의 대안으로 AI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루닛은 현지 의료진들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다양한 연구들을 진행할 수 있었고, 결국 AI가 의사 1명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최근 세계적인 의학학술지 '란셋 디지털 헬스(Lancet Digital Health)'에도 게재됐다. 해당 연구에는 루닛 AI와 전문의 1명을 결합한 경우가 전문의 2명이 판독한 경우보다 암을 더 많이 발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루닛 AI 단독으로 판독하더라도 전문의 2명이 판독한 것과 비교해 암 발견율이 열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CMO는 이 같은 연구 결과가 실제 유럽의 유방암 진단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AI가 유방암 진단에 사용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스웨덴의 다른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서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세인트괴란 병원에서는 자신들이 얻은 확신을 다른 곳에도 심어주기 위해 직업 와서 둘러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의 가이드라인을 선도하는 영국의 경우 루닛 제품을 포함해 AI 검진 제품을 다 모아서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려는 분위기"라며 "시간을 걸리겠지만 연구결과가 나올 경우 유럽 내 시장 진입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