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SK이노베이션은 '할 말 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서로 존중과 배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구성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하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문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올해 초 신입사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미래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의 중추가 되어달라"고 역설했다. 

김 부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SK이노가 추구하는 조직문화를 잘 보여준다. SK이노는 다른 기업에 비해 수직적 위계질서를 따지지 않는 수평적 기업문화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업의 혁신은 수평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문화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일깨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곧 기업의 경쟁력이자 인재를 유인하고 유출을 방지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실제로 SK이노가 연초 신입·경력사원 7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입사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로 '수평·자율의 기업문화(19%)'를 꼽았다. 그 뒤로는 ▲변화와 혁신(18%) ▲급여·성과급 및 복리후생(17%) ▲ESG 경영(11%) ▲업계 1위(6%) 순이었다. 이처럼 입사에는 급여보다 근무 환경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같은 수평적 문화는 직급에도 반영하고 있다. SK이노는 2021년부터 상하관계의 벽을 허물기 위해 직급체계를 PM(Professional Manager)으로 통일했다. 구성원들이 직접 제안하고 선택한 호칭이다. 부장 이하 모든 직급을 PM으로 부르고 승진 제도도 폐지했다. 구성원 개개인에 자율과 책임을 부여하고 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대우하겠다는 취지였다.  

근무시간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SK이노는 2018년부터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무제(유연 근무제)를 도입했다. 이듬해에는 매일 자리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자율좌석제(공유오피스)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또 재택근무 제도를 시행해 일 평균 1.7시간에 이르는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 구성원들이 10년 주기로 근속포상휴가와 연계해 최대 한 달간 쉴 수 있는 'O!Leave' 제도도 운영 중이다.  

근무 복장도 자유롭다. 출근 시 복장에 제한 없이 티셔츠와 반바지 등을 허용하는 '쿨비즈 캐주얼'을 2016년부터 시행했다. 

이처럼 조직 혁신과 함께 성과주의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인적 구성이 젊어지고 있다. 회사의 '2022 ESG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임직원(국내) 수는 9390명이다. 이중 '30세 미만'은 1896명으로 20%를 차지했다. '30~50세'는 51%, '51세 이상'은 28%를 기록했다. 

SK에너지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사명을 변경한 2011년만 하더라도 30세 미만 직원은 421명(7%)뿐이었다. 반면 전체 임직원 5943명 중 '30~50세' 비중은 76.6%(4553명)로 압도적이었다. 

이 가운데 지난해 30세 미만 직원 퇴직은 23.5%로 나타났다. 지난해 퇴사 직원 361명 중 30세 미만은 85명이다. 이는 SK이노의 30~50세 직원과 51세 이상 직원의 퇴직률(각각 38%)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