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삼성전자가 가전용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에 나선다.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는 내년부터 전 제품에 순차적으로 탑재해 나갈 예정이다. 가전용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이유는 전성비(소비전력 대비 성능)가 높은 칩셋을 이용해 AI 작동에 기반이 되는 데이터를 빠짐없이 확보하기 위해서다. 

유미영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S/W개발팀장 부사장은 3일(현지시간) 독일 메세 베를린(Messe Berlin)에서 진행된 '삼성전자 생활가전 브리핑'에서 "AI알고리즘이 가전제품 내부에서 온디바이스로 24시간 돌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초저전력 AI 반도체를 만들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적극적으로 모든 제품에 탑재해 AI 기능을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스마트싱스(Smart Things)를 인수, 초개인화 가전제품을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 이후 2018년 패밀리홈을 선보이며 기기 간 연결을 강화하겠다는 개념을 제시했다. AI 기술이 접목된 첫 번째 가전제품은 2020년 출시된 '그랑데 AI'다. 

유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기기를 서로 연결하기 위한 노력을 넘어 가전제품이 스스로 환경을 감지하고 소비자 패턴을 학습하는, 결국 이에 맞춰서 가전제품이 자체적으로 소비자 맞춤 옵션을 제공하는 초개인화 가전제품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진단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가전제품의 초개인화를 위해서는 AI 기능이 더 정교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 가전제품에 탑재된 반도체는 24시간 내내 시계열 데이터를 수집하기 적합하지 않다. 전력 소모량이 클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외부(클라우드)로 전달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사생활 유출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기기 안에서 상황을 추론, 판단을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초저전력 가전용 AI 반도체 개발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모든 가전제품에 가전용 운영체제(OS) '타이젠'을 탑재하고 있다. 같은 생태계를 기반으로 초개인화된 가전제품이 모두 묶이면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유 부사장은 "스마트싱스로 연결된 삼성전자 연결 가전은 올해 1500만대, TV를 포함하면 9000만대를 넘겼다"며 "올해 연말 연결 가전은 2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로컬 업체 지배력이 강한 유럽 시장에서도 2~3년 전부터 '가전이 연결 돼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연결 가전 대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가전제품에 '생성형 AI'도 탑재해 나갈 방침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가전용 생성형 AI는 챗GPT와 같이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구조는 아니다. 가전제품에 탑재된 챗봇 '빅스비'가 소비자와 지금보다 매끄럽게 대화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유 부사장은 "냉정하게 지금 가전제품에 탑재된 빅스비는 정해진 규격으로 말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발화를 잘 파악하지 못한다"며 "예컨대 과거에는 '하이 빅스비, 사과 5개 냉장고에 넣어줘'라고 해야만 작동됐던 기능을 '나 사과 2개, 배는 3개 샀는데 냉장고에 넣어줘'라는 식으로 말해도 작동 가능하도록 하는 게 우리가 말하는 생성형 AI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베를린=딜사이트 한보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