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한국기업평가(한기평)이 한진그룹의 신용도 방향성을 좌우할 요인으로 아시아나항공(이하 아시아나)의 인수 경과를 꼽았다. 현재 그룹 주력사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경쟁제한성 해소를 위한 다각도의 조치가 요구되고 있어 통합 시너지가 약화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아울러 아시아나의 재무구조가 미흡한 만큼 그 여파가 대한항공에도 미칠 수 있단 우려다.

한기평은 30일 발간한 '한진그룹 분석보고서'에서 아시아나 인수에 따른 재무부담 통제와 중장기 경쟁력 제고 여부를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해 그룹 신용도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축적된 재무완충력을 감안하면 이번 인수합병(M&A)에 따른 재무부담을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운수권·슬롯 반납 등의 요구가 이어지는 터라 시너지 약화 가능성이 존재해서다. 통합비용 발생으로 인한 중단기적 수익성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팬데믹 초기 항공수요의 급격한 저하와 예약 환불로 인한 현금 유출,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유동성 대응 우려가 적잖았다. 하지만 영구채와 유동화차입금 인수, 긴급자금 대출 등 1조2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 지원을 받았으며,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으로 추가 유동성 지원책을 마련했다. 나아가 총 4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을 뿐더러 기내식·기내면세품사업부(1조원)와 송현동 부지(5500억원), 제주 사원사택(330억원) 매각 등을 실시하며 아시아나 인수대금(1조8000억원)을 상회하는 유동성을 확보해 뒀다.

문제는 해외 기업결합 심사가 3년 넘게 지연되고 있단 점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인수에 성공하려면 주요 경쟁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1곳이라도 불허할 경우 M&A는 자동으로 무산된다.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인 국가는 미국과 EU, 일본 3개국이다. 미국은 해당 심사를 '심화' 단계로 격상했으며, EU 측은 수차례 심사 결과 발표일을 연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시장은 알짜 노선과 슬롯을 대거 반납하는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단 시각을 견지 중이다.

한기평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팬데믹 기간 순이익 누적과 유상증자로 재무안전성을 크게 제고했으나, 아시아나 통합 이후 일시적인 재무지표 저하가 불가피하다"며 "아시아나 인수 이후 시장지위 강화와 과당경쟁 완화, 항공기재·네트워크 효율화,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원가 절감 등 중장기적 경쟁력 제고 여부와 그 수준을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기평은 항공여객사업의 회복 수준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단 입장이다. 항공화물 부문 실적이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된 만큼 여객사업의 실적 회복이 화물사업의 이익 축소를 어느 정도 상쇄할 지가 중요한 까닭이다.

앞선 관계자는 "경기 하방압력과 외항사의 여객기 벨리 공급 확대 등 수급 여건 저하로 화물 부문의 이익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국내외 방역규제 완화와 펜트업 여행수요를 기반으로 한 여객 부문의 실적 개선이 화물 부문의 이익 감소를 일부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