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SKS프라이빗에쿼티(PE)가 2차전지 및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기업 '나인테크'의 전환사채(CB) 16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이번 CB는 만기가 30년으로 영구채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영구채는 투자회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되는데, 시장은 SKS PE가 보통주 전환을 염두에 두고 주가 상승에 베팅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S PE는 JB우리캐피탈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14일 나인테크가 발행하는 30년만기 CB 인수에 160억원을 투자했다. JB캐피탈은 이중 약 60억원을 책임지며 주요출자자(앵커LP) 역할도 겸한다.

이번 CB의 최초 만기는 2053년 8월 14일이다. 발행 3년 후부터는 5%였던 만기보장수익률에 매년 가산금리가 더해진다. 발행일로부터 11년이 지나면 연 복리는 20% 수준까지 오르게 되는 구조다. 이자수익이 적지 않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발행사에 상환의무가 없어 자금 회수가 어렵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출자자(LP)에 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PEF 입장에서 영구채는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시장은 SKS PE가 이번 영구채에 투자한 이유로 '보통주 전환'을 꼽고 있다. 이자수익 보다는 향후 보통주 전환을 통한 시세차익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CB 구조를 살펴보면 발행 1년 뒤부터 최초 만기일 1달 전까지 투자자는 언제든지 전환을 청구할 수 있다.

SKS PE가 CB를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나인테크 주식 442만8452주가 새로 발행된다. SKS PE가 보유하게 되는 나인테크 지분은 9.22%다. 전환가액은 발행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책정한 3613원이다.

현재까진 성공적인 투자가 되는 모양새다. 나인테크 주가는 회사가 CB를 발행한 이후 급등을 거듭하며 지난 25일 종가 기준 5050원까지 올랐다. 전환 청구를 할 수 있는 내년 8월 15일까지 이 가격이 유지된다면 SKS PE는 지분매각을 통해 약 40%에 달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추가적인 업사이드(상승여력)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우선 회사 경영실적이 정상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888억원, 영업이익 52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1% 증가했고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사업 성장성도 높다고 평가된다. 나인테크는 2차전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설비를 개발·공급하고 있다. 특히 매출 비중(약 44%)이 가장 높은 2차전지는 세계적인 전기차 전환 흐름과 맞물려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사업 중 하나다. 앞으로 더 많은 매출과 사업확장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이유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SKS PE의 나인테크 영구CB 투자는 보통주 전환을 통한 시세차익을 노린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주가 하락에 따른 별도의 전환가액 조정 조항을 삽입하지 않아 주가 부진에 따른 부담은 온전히 SKS PE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펀드가 만기되기 전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