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정식품이 정체된 성장구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한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부분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정식품의 최근 5년 간 연결 매출액 추이를 보면 연매출 2500억원대 안팎에 머물고 있다. 실제 2018년 2522억원 규모였던 이 회사의 매출은 작년 2578억원으로 2.2% 성장에 그쳤다. 수익 부문은 더욱 심각하다. 이 회사는 2018년 206억원의 연결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이후 해마다 뒷걸음질 친 탓에 작년 18억원을 기록, 4년 새 10분의 1 토막 났다.

시장에선 정식품의 장기적인 실적 부진이 주력 제품인 두유 '베지밀'에만 편향된 사업구조를 가져가면서 매출을 다각화할 수 있는 통로가 부재한 영향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주원료인 대두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성도 크게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베지밀은 그간 정식품의 주력상품으로 성장을 주도해왔지만 최근 국내시장 지배력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한때 국내 두유시장 점유율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던 정식품은 이롬, 삼육두유, 매일유업, 연세우유 등 경쟁기업들의 숨가쁜 추격으로 인해 최근 40% 아래로 시장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원가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자료에 따르면 두유의 주원료인 국제 대두(콩)가격은 2018년 t당 평균 394달러 남짓에서 올해 5월 t당 53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기간에만 36.5%가 오른 것. 특히 최근 브라질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대두 생산국인 아르헨티나에 큰 가뭄이 들면서 대두 생산에 대한 작황 부진이 현실화되고 있어 향후 가격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정식품의 과감한 투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이 회사의 최근 5년간의 투자활동현금유출액을 보면 2018년 115억원에서 이듬해인 2019년 291억원으로 반짝 늘린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작년에는 투자액이 135억원까지 축소됐다. 2019년과 비교하면 54%에 달하는 낙폭이다. 또 다른 투자지표인 연구개발비용도 최근 5년 동안 매년 20억원 안팎에서 정체 중이다. 이는 전체 매출대비 0.8~0.9% 비중으로 채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식품은 두유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2021년 '넬보스코'라는 브랜드로 외식업에 진출한 데 이어 작년 식재료사업 확대를 위한 '간단요리사' 출시 등을 추진해왔지만 눈에 띄는 성과와 투자는 아직까지 미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정식품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선 사업다각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식음료기업들이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앞다퉈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는 가운데 정식품이 베지밀 만으로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기엔 쉽지 않은 형국"이라며 "더 늦기 전에 중장기 성장을 내다본 과감한 투자를 본격화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정식품 관계자는 "지난 50년간 쌓아온 두유제조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타깃을 세분화한 다양한 두유제품을 선보이며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며 "아울러 식재료와 외식사업 진출과 확장도 적극 타진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고품질의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