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남양유업의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가가 최근 반 년 사이 30% 넘게 폭락한 것. 시장에선 장기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과 함께 이사회 독립성의 부재 등으로 오너십이 크게 흔들리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으로 관측 중이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이달 31일 종가 기준 42만7500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주당 64만원을 호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5개월 만에 33%나 떨어졌다. 특히 7월 이후에만 10만원 이상의 낙폭을 보였다.

시장에선 남양유업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불안정한 경영체제를 지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1년부터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와 경영권 매각을 두고 지루한 소송 중이다. 당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본인 지분 51.68%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 53.08% 전량을 3107억원에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홍 회장이 한앤컴퍼니에 거래 선행조건 미이행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한앤컴퍼니가 주식양도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인 분쟁이 시작됐다.

2년을 끌어온 소송은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이달 18일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간이 지났다고 공지하며 최종 선고는 또 다시 기약 없이 밀리게 됐다. 심리불속행이란 대법원이 상고 사건을 추가 심리 없이 기각하는 제도로 대법원은 상고 기록을 받은 날로부터 4개월 안에 심리불속행을 결정할 수 있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홍 회장의 상고를 받아들여 기각 없이 사건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의미로 소송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

시장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경우 경영권 분쟁을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하면서 오너십이 희석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라며 "특히 의결권 제한 등에 따라 미래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굵직한 투자를 결정하는데도 제약이 커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이사회 역시 주가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경영혁신추진단장)를 이사회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이에 따라 홍 회장을 필두로 한 5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2명이 오너일가로 채워졌다.

아울러 나머지 3자리 중 사외이사인 양동훈 씨와 이상우 씨의 경우도 남양유업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이다. 양동훈 사외이사는 현재 남양유업에 설비를 납품하는 유니온비엔씨 이사로 재직 중이며, 이상우 사외이사도 남양유업 거래처로 알려진 ㈜부국유통에 몸담고 있다. 오너를 견제해야 할 이사회 구성원 중 과반 이상이 홍 회장과 관련 인물들로 채워지면서 사실상 그 기능이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실제 남양유업은 작년 한국ESG기준원의 ESG등급에서 지배구조부문 D등급에 그쳤다. D등급은 총 7등급 중 최하위 단계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떨어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조속한 경영권 안정이 최우선 순위다"며 "이후 오너 영향력을 배제한 전문경영인 중심의 투명한 이사회 구성과 경영 효율화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아직 경영권 분쟁 소송 중이다 보니 새로운 이사진 구축 등에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이러한 분쟁이 최대한 빨리 마무리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