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실행으로 배터리 업계의 기대와 고민이 공존하고 있다. 북미 배터리 시장 공략에 탄력이 붙으면서 세액공제 금액은 실적에 선반영 중이다. 하지만 해외우려집단(FEOC)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한다. 배터리 업계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1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영업이익 4606억원에는 IRA 세액공제(Tax Credit) 금액 1109억원을 반영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5.5% 증가한 것으로 AMPC가 호실적을 뒷받침했다. 2분기 세액공제 예상금액은 1분기 1003억원에서 106억원 늘었다. 

AMPC는 미국에서 배터리셀을 생산할 때 1킬로와트시(kWh)당 35달러, 모듈까지 생산하면 추가로 10달러를 주는 제도다. 

일찍이 북미 시장에 진출한 LG에너지솔루션은 세액공제 효과로 견조한 실적을 이어나갔다. 북미 생산능력은 지난해 말 15기가와트시(GWh)에서 2025년 250GWh로 확대할 예정으로 향후 세액공제 효과는 이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울 예정인 삼성SDI는 공장을 가동하는 2025년 이후 AMPC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2027년 삼성SDI가 스텔란티스, GM과 짓고 있는 공장을 모두 가동하면 북미 생산능력은 97GWh에 달한다.

SK온은 AMPC 효과로 적자폭을 줄였다. 2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131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100억원 감소했다. AMPC 수혜 1670억원을 반영한 결과다. 

IRA가 국내 배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지만 또 다른 고민도 안겨주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은 아직까지 해외우려집단에 대한 구체적인 리스트와 규정을 발표하지 않았다. 배터리 업계는 미국의 규정을 적용 받을 기업이 어느 곳인가에 따라 대응전략과 방향성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IRA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높아진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부터 2032년까지 AMPC에 따른 생산 보조금으로 총 180조원을 받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금액이 워낙 막대하다 보니 지속적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따른다.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가 캐나다 정부의 보조금 이슈로 현지에 짓고 있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중단하면서 보조금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졌다. 지난 5월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40억달러(5조4000억원)를 들여 연산 45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가 캐나다 정부로부터 약속받은 지원금을 받지 못하자 공장 건설을 중단했다. 그러다 캐나다 정부가 150억캐나다달러(14조7000억원)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마무리됐다. 

업계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염두한 듯 IRA 지속성을 언급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정부의 현재 상황을 보면 IRA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캐나다의 경우 초기 지원 규모 등 여러가지 제안이 기대했던 것과는 상당히 괴리가 있어서 공장건설을 중단하는 등 극약 처방과 끈질기고 강력한 요청을 통해 똑같은 제도를 적용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상무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해외우려집단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 등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회사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니 업체들은 IRA 등 대외 불확실성 대응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품 ▲글로벌 생산시설 운영 ▲원재료 확보 등 3가지 부문에서 경쟁력 강화 전략을 추진한다. 삼성SDI는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의 실적 성장 등 세가지 경영방침을 속도감 있게 실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