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기업 ASML이 올해 2분기에도 전년대비 두 자릿수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로 인한 의외의 반사 효과가 메모리 반도체 불황 영향을 상쇄하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ASML은 2분기 순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27.1% 증가한 69억유로(약 9조8000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제시했던 2분기 순매출액 가이던스(61억~65억유로, 8조7000억~9조2000억원)를 뛰어넘은 값이다.

수주형 사업구조 특성상 ASML은 출고된 반도체 장비를 고객사에 설치한 뒤 테스트까지 마친 뒤에야 매출에 포함한다. 아울러 반도체 장비 판매뿐만 아니라 부품 판매, 장비 유지 및 보수 등도 매출로 함께 잡는다.

극심한 메모리 반도체 불황에도 예상치를 뛰어넘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건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때문이다. 당초 미국의 반도체 규제로 중국 수출길이 막힌 ASML은 그다지 좋은 실적이 예상되지 않았다. 미국 반도체 규제로 중국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반도체 시장 한파도 매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미세 공정 확보가 불가능해진 중국 업체들이 액침불화아르곤(ArFi) 기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발주를 늘려 숙련 공정 강화에 나서며 ASML의 실적에 플러스 영향을 줬다. 

이러한 분위기는 ASML 매출 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 ASML 전체 매출 중 반도체 장비 매출(net system sales)은 56억유로(약 7조9000억원) 수준이다. 응용처별로 보면 메모리 제조사 매출 비중은 지난 1분기 30%에서 2분기 16%로 반 토막 났다. 이에 따라 EUV 노광장비 판매 대수는 12대로 전기대비 5대 줄었다. 반면 액침불화아르곤(ArFi)기반 DUV 노광장비 판매 대수는 25대에서 39대까지 늘어났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반도체 제조사들의 최선단 공정 투자는 미뤄졌지만 중국의 반도체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오는 9월부터 최신 DUV 라인업을 수출 통제 대상에 넣겠다고 했지만 중국향 매출은 영향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EUV 노광장비 매출은 늘어날 전망이다. ASML의 EUV 노광장비 없이는 7나노미터(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다. 업계에 인텔 파운드리 분야가 삼성전자, 대만 TSMC 뒤처진 이유로 EUV 노광장비 도입 지연을 꼽을 정도다.

 ASML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6.9% 증가한 23억유로(약 3조3000억원)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 말 매출총이익률(49.1%→51.3%)과 당기순이익률(26.0%→28.1%)은 지난해 2분기 말 대비 각각 2.2%포인트, 2.1%포인트 올랐다.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최고경영자(CEO)는 ASML은 3분기 순매출 65~70억유로(약 9조3000억~10조원), 매출총이익률 약 50% 달성을 전망한다"며 "불확실성이 늘었지만 견실한 DUV 매출을 토대로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대비 순매출이 30%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