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SK하이닉스가 이천캠퍼스 수처리센터를 SK리츠운용에 매각해 약 1조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업황 부진으로 외부 차입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만큼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인가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매각대금은 연내 SK하이닉스에 유입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리츠운용은 10일 국토교통부에 '클린인더스트리얼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SK클린인더스트리리츠)의 영업인가를 신청했다. 총 사업비는 1조1871억원이다. 투자자 모집을 통해 4077억원을 자본금으로 태운 뒤 나머지 7794억원은 담보대출 등으로 조달한다.

SK클린인더스트리리츠 편입 대상으로는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수처리센터(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신하리 584-28)가 이름을 올렸다. SK리츠운용은 국토부 인가가 나오면 SK하이닉스와 매매대금을 확정해 올해 하반기 안에 자산 양수도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국토부 심사가 1개월에서 1개월 반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8월 초 인가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반도체 제조업에서 물 관리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다. 소형화 추세로 반도체가 나노미터(1nm=10억분의 1미터) 크기로 제작되는 만큼 미량의 불순물에도 수율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수처리센터는 취수원을 통해 확보한 물을 초순수, 공업용수, 생활용수 등 각 제조 공정에 맞는 용수로 정제한다. 공정에서 나온 폐수를 정수해 방류하는 역할도 도맡고 있다.

자산 매각이 끝나면 SK하이닉스는 책임 임대차계약을 바탕으로 SK클린인더스트리리츠에 임차료를 내고 이천캠퍼스 수처리센터를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달 SK리츠운용과 SK하이닉스 이사회 의결이 끝난 뒤 연내 이천 수처리시설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며 "임차 비용은 계약 진행 중이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이천캠퍼스 수처리센터를 매각하는 이유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불황으로 SK하이닉스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현금은 대폭 줄었다. SK하이닉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4분기 순유입(+1조2040억원)에서 지난 1분기 순유출(-1조9820억원)로 반전됐다.

업계는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 제조사 실적으로 반영되려면 못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한동안 분기마다 조단위 적자가 전망된다. 자본적투자(CAPEX), 운전자본 확보를 위해 비핵심 자산 매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총 차입금과 금융비용은 각각 28조7578억원, 1조2024억원에 달한다. 재무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외부 차입을 더 늘리기 어려웠을 것으로 풀이된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만큼 재무구조 안정이 기업에게 중요해졌다"며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자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을 유동화시키며 기업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처하는 애셋라이트(Asset-Light) 실행 방안을 지속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