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은 작년 예상 못한 장기간 파업으로 목표한 판매량을 채우지 못했다. 최근 몇년간 판매량이 계속 저조했기 때문에 올해는 반드시 끌어 올려야 한다. 전체 판매량 가운데 고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에 김원배 전무의 역할이 중요하다. 원재료값 상승분을 판가에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 협상에서도 승기를 잡아야 한다.

◆냉연 강판 전문가…차강판 역량 강화 적임자 

포스코의 경우 고로 비중이 절대적이라면, 현대제철은 고로와 전기로 생산 능력을 각각 1200만톤씩 보유한 제철소를 갖고 있다. 전기로 제강사로 출발했지만, 2010년대 당진 일관제철소 가동으로 국내서 두번째 고로 제강사가 됐다. 

현대제철은 완성차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물량이 상당하다. 환경 규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에도 고로 비중을 줄일 수 없는 게 이런 특수성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고로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저탄소화된 자동차용 고급 강재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선 한계가 있다. 전기로 생산 방식으로 고로계 제품 품질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특히 판재류 매출 중에서도 냉연강판 매출이 후판이나 열연강판의 2~3배에 달한다. 김원배 전무는 입사한 이후 냉연 사업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현대제철이 고로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었던 계기는 2013년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 부문과의 합병이다. 김 전무는 현대하이스코 출신이다.  

직전 고로 사업을 총괄한 박종성 부사장이 당진제철소와 인연이 깊다면, 김 전무는 순천공장장을 지냈다. 당진공장이 열연, 냉연, 후판부터 철근 특수강까지 고른 제품군을 생산한다면, 순천공장은 냉연 제품에 특화된 곳이다.

현장 경험만 있는 것도 아니다. 김원배 전무는 영업부터 생산 전반까지 고로 사업 관련된 모든 부서를 거쳐본 인물이다. 이런 전문성 때문에 전무급인데도 불구하고 작년 임원인사에서 박종성 부사장의 배턴을 이어받아 고로사업본부를 이끄는 중책을 맡았다. 

◆내수용 판매 분위기 양호…관건은 글로벌

김원배 전무는 "올해 현대·기아차에 열연·냉연 강판을 포함해 자동차강판 440만톤을 판매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작년 고로 제품 연간 판매량이 1122만톤인 것을 감안하면 자동차용 강판 판매가 한해 실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일단 1분기 내수 시장 분위기는 양호하다. 1분기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4% 증가한 179만대를 기록했다. 

관건은 해외 판매다. 현대제철은 올해 글로벌 완성차에 110만톤의 강판을 공급할 계획이다. 2년 전부터 글로벌 차강판을 100만톤 이상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쉽지 않다. 작년에도 100만톤 판매를 목표로 했지만, 82만톤에 그쳤다. 

원료값 상승과 하락 추이를 살펴 합리적 수준에서 가격 협상을 이끌어 내는 것도 김 전무가 챙겨야 할 일이다. 지난 2월 완료한 자동차 강판 협상에선 지난해 말 원료값 하락분을 반영해 강판 가격을 내렸다.

하반기 또 한번의 가격 협상을 앞두고 있다. 현대제철 측은 "하반기 원료값이 소폭 상승해 이 부분을 가격 협상시 반영하겠다"라며 "판재류에 반영하는 원가 요인을 포함해 자동차 강판 협상 시 합리적 수준에서 협의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