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대표주관 실적 1위를 향한 증권사들의 실적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조 단위 몸값이 예상되는 기업 다수가 하반기 증시상장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증권사 간 실적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빅 딜(Deal)' 한방으로 순위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 쏠린다.

4일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 상반기 IPO 대표주관 실적 1위는 한국투자증권(2375억원)이 차지했다. 2위는 상반기 최대어(리츠 제외) 기가비스(953억원) IPO를 단독대표 주관한 삼성증권(1649억원)이 이름을 올렸다. 3위 미래에셋증권(1162억원)과 4위 한화투자증권(1084억원)은 78억원 차이로 순위가 갈렸다.

중·하위권 주자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5위 NH투자증권(604억원)부터 10위 하나증권(404억원)까지 실적 격차가 200억원에 불과해서다. 경쟁사를 압도할 만한 실적을 쌓을 수 있는 대어급 IPO가 종적을 감춘 상황에서 공모 규모가 100억~300억원대인 중소형기업의 증시상장만 계속된 영향이다.

하반기에는 다수 대어급 IPO가 예고된 가운데, NH투자증권이 먼저 칼을 빼 들었다. IPO 대표 주관사를 맡은 반도체 업체 파두가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서다. 최대 1937억원을 공모할 예정인 파두는 공모가 희망밴드는 2만6000~3만1000원을 제시했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조2495억~1조4898억원이다.

파두가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으로만 결정해도 NH투자증권은 1170억원의 IPO 대표주관 실적을 쌓게 된다. NH투자증권으로서는 하반기 순위 상승은 물론, 지난 2021년 롯데렌탈(3403억원) 이후 약 2년 만에 IPO 한 건으로 1000억원 이상의 실적을 쌓을 수 있는 셈이다. 컬리·오아시스 IPO 등 기회가 있었으나 증시 악화로 아쉬움을 삼킨 바 있다.

NH투자증권이 하반기 상위권 도약 발판을 마련하는 사이, 타 증권사들도 실적순위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먼저 최상위권인 한투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로봇산업 성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두산로보틱스의 공모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예심을 신청한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는 3조~4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두산로보틱스 외에도 삼성증권과 서울보증보험(2조~3조원) IPO를 공동 대표 주관한다. 또, 연내 증시상장에 도전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최대 3조원)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인정받은 아이지에이웍스 등의 대표 주관사도 맡고 있어 하반기 급격한 순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리그테이블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KB증권은 하반기 LG CNS와 LS머트리얼즈 등으로 순위경쟁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하나증권(넥스틸 2000억원 이상)과 대신증권(컨텍, 2000억원 이상) 등이 몸값이 조 단위에는 미치지 못해도 업계 내에서 알짜로 속하는 기업들의 증시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열기를 북돋을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IPO 시장은 중소형기업 위주로 공모가 이뤄져 증권사 간 실적 격차가 크지 않고 규모도 비교적 작았다"며 "하반기에는 한 방으로 큰 실적을 거둘 수 있는 대어가 다수 예고된 만큼, 이들의 증시상장 여부에 따라 증권사들의 실적순위가 요동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