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한화솔루션의 재고자산이 3조원을 돌파한 뒤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사업으로 밀고 있는 태양광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비축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다만 계속되는 비축량 증가는 재고자산회전율을 떨어뜨려 자칫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분기 연결 기준 한화솔루션의 재고자산은 3조2070억원으로 지난해 말 3조601억원에서 1469억원 늘었다. 재고자산은 2018년 1조4675억원, 2019년 1조4799억원, 2020년 1조4316억원, 2021년 2조2315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통상 제품이 팔리지 않고 쌓여 재고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한화솔루션은 선제적으로 수요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재고를 늘렸다.

매출 규모가 확대된 영향도 있다. 같은 기간 매출액 추이를 보면 2018년 9조460억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 10조7252억원으로 증가하더니 2022년 13조6539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회사의 재고자산이 3조원을 돌파한 것도 같은 시기다.

사업부문 별로 뜯어보면 신재생에너지 부문과 기초소재 부문의 재고자산 비중이 높다. 1분기 기준 기초소재 부문과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재고자산은 각각 6058억원, 2조4423억원으로 이는 전체 재고자산의 95%에 해당한다. 유가와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생산단가가 오른 점이 재고자산 확대로 이어졌다. 

기초소재 부문은 제품별로 시장 상황이 엇갈린다.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양극재 생산공정에서 불순물 제거를 위해 쓰이는 가성소다는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반면 범용 플라스틱인 폴리염화비닐(PVC)은 아시아 지역 수요위축 영향으로 재고자산이 쌓였다. 

이와 달리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의도적으로 재고를 확대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재고자산은 상품 9855억원, 제품 2427억원, 재공품 6782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원재료 가격 상승뿐 아니라 태양광 셀·모듈을 주축으로 수요가 증가해 미리 재고확보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태양광 설치량은 업계 예상보다 크게 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중국 태양광 설치량은 48기가와트(GW)로 전년 동기 대비 190% 증가했다. 여기에 올해 미국의 태양광 설치 전망치는 당초 24GW에서 30GW로 상향됐다. 

업계는 재고자산이 확대된 것만으로 재무적 위험요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재고자산회전율이 떨어지면 자칫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의 재고자산회전율은 2018년 5.71회, 2019년 5.25회, 2020년 4.99회, 2021년 4.66회, 2022년 4.10회를 기록한 후 올해 1분기에는 3.09회까지 떨어졌다. 재고자산회전율은 숫자가 클수록 재고자산 관리가 잘되고 매출 인식도 빠르게 연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재고자산 증가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재고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