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시화멀티테크노밸리(MTV) 내 거북섬 '반얀트리 호텔' 부지가 최근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시장에 표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행사가 브릿지론 만기 연장에 실패하며 담보신탁계약에 따라 공매를 진행했지만 선뜻 매수에 나서는 이가 없어서다.

거북섬은 대규모 해양관광시설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향후 관광객 유치에 따른 수익성 확대가 기대된다. 하지만 건설·부동산 경기 악화로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공사와 입점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업자들은 '거북섬의 꽃'이 되길 기대했던 부지가 '거북섬의 구멍'이 됐다며 안타까움을 보이고 있다.

20일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2724번지 외 1개 필지는 지난 3월 공매 입찰을 8차례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되고 매수 희망자의 수의계약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매각의 대상에는 신한자산신탁 명의로 얻는 건축허가까지 포함됐다. 공매 주관을 맡은 신한자산신탁에 따르면 해당 부동산에 대한 문의를 상당수 받았지만 실제 매매계약 체결 및 계약금 입금이 이뤄진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총 1만5574㎡ 규모의 부지엔 '반얀트리 카시아 거북섬'이 들어설 것이란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실제로 시흥시는 지난해 5월 24일 연면적 10만9941㎡, 지하 2층~지상 35층, 609호실 규모의 숙박시설을 신축하는 사업에 건축허가를 내줬으며 향후 현대건설이 시공사를 맡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공매는 지난해 9월에 이은 2번째 공매였다. 해당 부지에 개발을 추진하던 시행사 더웨이브시화엠티브이는 2021년 1월 브릿지대출 명목으로 830억원을 대주단으로부터 제공 받았으나 신규 투자자를 찾지 못해 부지 공매에 나섰다. 하지만 비주거부동산에 대한 인기 급감으로 매각에 실패했고 최근 진행한 공매에서도 원매자를 찾지 못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매각을 진행하는 동안 회차별 최저입찰가는 1회차 1230억원에서 8회차 775억원까지 37% 감소했다. 브릿지론 상환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앞으로 진행할 수의계약은 현재 최저입찰가(775억원) 이상으로만 진행할 예정이라는 게 신한자산신탁의 계획이다.

다만 현재 국내 기준금리가 연 3.5%에서 추가로 오를 여지가 있고 부동산 침체기가 길어지는 만큼 매수희망자는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상업적으로 매력이 충분한 부동산이지만 금리와 공사비 부담이 높아진 만큼 선뜻 나서는 이가 나오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누구도 적극 나서서 부지를 매입하기 어려울 만큼 시장 전반에 금리 부담과 사업비 부담이 커졌다"며 "한동안 거북섬 한 가운데가 뻥 뚫린 구멍처럼 남아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자산신탁 관계자는 "현재까지 새로운 매수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적절한 매각가에 자산을 처분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