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진 기자] 2011년 개봉한 SF영화 '인타임'은 시간이 곧 화폐라는 참신한 소재로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의 세계관 내에서 돈은 존재하지 않고 시간이 모든 것을 대체한다. 시간이 곧 돈이며 남은 수명인 셈이다.

인타임 세계관에는 부유층과 빈곤층이 존재한다. 완벽한 불평등 사회로 빈민층에 속한 사람들은 부유층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넘어갈 수조차 없다. 빈민층이 부유층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돕는 '사다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영화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서민들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던 전세제도와 빌라가 애물단지로 전락하며 기피대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집값은 천정부지 치솟은 반면 주거사다리가 불안해지며 서민들의 주거 문제는 더욱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전세제도가 흔들리기 시작한 배경에는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크다. 사람들이 전세를 선호했던 이유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월세보다 매달 들어가는 비용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값과 함께 전세가격도 크게 오른 상황에서 기준금리마저 상승했고 상황은 역전됐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이자가 상승했고 수요자들은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타기 시작한 것이다.

기준금리도 문제였지만, 사람들이 전세와 빌라를 기피대상으로 삼게 된 데에는 대규모로 불거진 전세사기 문제가 결정적이다. 통칭 '갭투자'로 불리는 방식으로 수많은 빌라를 구매해 이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했지만, 집값 하락기에 역전세까지 발생하며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고 전세와 빌라를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주거사다리 개념에서 본다면 전세제도와 빌라는 필요하다. 매월 주거비용이 들어가는 월세보단 부담이 덜한 전세로 거주하는 게 자가마련을 위한 목돈을 모으기 수월하다. 빌라의 경우에도 적게는 수억원부터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매입하기 전 거주하는 용도로 본다면 적합한 주거 상품으로 볼 수 있다. 

월세보단 전세를, 전세보단 자가를 선호하는 이유는 수시로 이사를 해야 한다는 불안함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집값이 천정부지 치솟으며 최근 부동산 정책은 집값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서민들이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게 급선무다.

인타임에 등장하는 빈민층 사람들은 항상 손목에 있는 시계를 보면서 살아간다. 남은 수명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버릇이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으로 하루빨리 서민들에게 인타임의 시계 대신 안정적인 주거사다리를 선물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