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동양생명이 보장성 상품 집중 전략을 통해 이익체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동양생명은 수년째 인수합병(M&A)시장 잠재매물로 꼽히는데 이익체력을 키워 몸값을 높이고 새주인 찾기에도 속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1분기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165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1073억원) 대비 54.8% 늘었다.

APE는 보험사가 신계약을 통해 수취한 보험료를 연간 단위로 환산한 값이다. 보험계약에 따라 일시납, 월납 등 제각각인 보험료 납입 기준을 1년으로 통일하기 때문에 신계약 효과 등을 보다 정교하게 측정할 수 있다.

1분기 동양생명의 APE를 살펴보면 보장성 상품 APE는 1561억원, 연금보험 49억원, 저축보험 46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보장성보험 APE가 64.9% 증가한 반면 연금보험과 저축보험 APE는 각각 26.7%, 18.0% 감소했다.

보장성 APE가 대폭 증가한 반면 연금 및 저축 APE는 감소하면서 전체 APE 가운데 보장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늘었다. 전체 APE에서 보장성보험의 비중은 지난해 1분기 88.3%였는데 올 1분기에는 94.2%로 증가했다. 보장성보험이 전체 APE 증가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연금 및 저축보험 대비 고수익 상품으로 꼽히는 보장성보험이 1분기 APE 증가세를 이끈 덕분에 동양생명의 이익체력 역시 강화됐다. 1분기 동양생명의 신계약 CSM(계약서비스마진)은 1763억원으로 1년 전(1430억원) 대비 23.3% 늘었다. 보장성보험 신계약 CSM은 1745억원으로 24.3% 증가했고 저축성보험은 l18억원으로 30.8% 감소했다.

CSM은 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새로 등장한 계정과목이다. 미래에 보험계약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인식하게 될 미실현이익을 의미한다. 보험사의 미래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동양생명은 2015년 중국 최대 민간보험사인 안방보험그룹(현 다자보험)을 최대주주로 맞이했다. 이후 저축성보험 확대를 통해 자산규모를 키웠고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를 지니게 됐다. 저축성보험의 저조한 수익성 탓에 동양생명 역시 실적 부진에 시달렸는데, 이를 극복하고자 2017년 하반기부터는 저축성보험 대신 고수익 상품인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해왔다.

이러한 보장성보험 집중 전략에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올해 IFRS17이 도입되면서 CSM 등 수익성 지표가 대폭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동양생명을 인수했던 안방보험이 2018년 다자보험으로 흡수된 뒤 중국 정부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동양생명은 꾸준히 매각대상으로 거론된다. 동양생명이 상장사인 데 따라 2018년 5월부터 꾸준히 6개월 주기로 최대주주의 지분매각 추진과 관련한 조회공시 답변이 나오고 있다. 동양생명으로서는 수년째 M&A시장을 표류하고 있는 셈인데, IFRS17 도입 이후 수익성 지표가 개선된 만큼 새주인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의 IFRS17 도입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며 "보장성보험 비중 확대는 장기 영업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