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뉴스 랭킹 이슈 오피니언 포럼
산업 속보창
Site Map
기간 설정
KB금융지주(2)
"세계 1위 해봤어?"···초대형 LNG선 이곳서 탄생
김수정 기자
2023.04.06 09:00:19
'500원 짜리' 지폐로 일군 조선업 기틀…LNG선 경쟁력 우위 선점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6일 09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이봐, 해봤어?"

경험과 기술력이 부족한 한국에서 조선소 건립은 무리라는 직원들에게 정주영 명예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정 명예회장은 '500원 짜리' 지폐 한 장으로 조선소도 짓기 전 선박 수주를 따냈다.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가리키며 "수백년 전 철갑선을 만든 나라"라며 그리스의 해운왕 리바노스 회장을 설득한 것이다. 리바노스 회장은 수십년이 흐른 후 울산 조선소를 방문해 기적이 현장을 직접 목도했다.


이렇게 차관을 끌어낸 정 명예회장은 1970년대 아무것도 없던 미포만 백사장 위에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크기의 조선소를 지었다. 그로부터 51년이 지난 현재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51주년 이란 기념비적인 시기에 전례 없는 수주 호황을 맞았다. 조선업 구조조정은 옛말인듯 11개 도크가 빽빽이 들어차 숙련공들은 일감을 처리하느라 동분서주했다.

 

울산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제공=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 들어서자 마자 붉은 색의 골리앗 크레인이 위용을 드러냈다. 엄청난 중량의 블록도 거뜬히 들을 수 있는 대규모 크레인이다. 가장 큰 규모의 골리앗 크레인은 최대 중량이 1600톤에 달한다고 한다. 골리앗 크레인의 높이는 109m다. 63빌딩의 높이가 약 250m인 것을 감안하면 '골리앗'이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배에 승선하기 전 버스에 올라타 조선소 이곳 저곳을 둘러봤는데 제법 최근에 수주한 선박은 절반만 조립하는 등 배의 모습을 갖기 전이었다. 배를 만드는 과정이 레고 블록을 쌓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설계에 따라 블록 형태로 만들어진 선박의 부분 부분을 도크 위에서 조립하고 있었다. 기다란 줄을 매단 블록이 골리앗 크레인에 의해 도크 위로 옮겨졌다.


또 무거운 블록을 실어나르는 노란색 트랜스포터가 조선소 이곳 저곳을 누볐다. 많은 것은 바퀴가 160개 달려있는데, 납작한 모양의 이 트랜스포터는 최대 1200톤의 블록을 운반할 수 있다. 


선박에 승선할 기회도 주어졌다. 지난 2000년 수주한 LNG선으로, 올해 하반기 중 선주에게 인도할 선박이었다. 

관련기사 more
HD현대, 조선 등 주력사업 흑자행진 HD현대重, 해군 신형 호위함 '충남' 진수 조선사 주주에게도 봄날은 오겠죠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알려진 LNG 운반선은 현대중공업뿐만 아니라 전세계 선박 제조 회사가 눈독을 들이는 선종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LNG 운반선 가격은 2억5400만 달러로, 대형 유조선(1억2000만 달러) 2척을 수주했을 때 가격과 맞먹는다.  


매년 중국과 수주 실적을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LNG선 만큼은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작년 전 세계 해운사가 발주한 LNG 운반선(1452만 CGT)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1012만 CGT는 한국이 수주한 것이다. 지난 2007년 세계 최대 LNG선을 만들어낸 현대중공업 역시 LNG선을 주력 선종으로 삼고 있다. 작년 총 67척의 선박을 신규 수주했으며, 이 가운데 23척이 LNG선이었다. 올해도 총 3척의 신규 LNG선을 수주했다.


선박 내 엔진룸.(제공=HD현대)

기자가 승선한 LNG선은 현재까지 85% 공정을 완료했다. 선박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엔진룸에 들어서자 두개의 엔진이 힘차게 움직이며 엄청난 소음을 만들어냈다. 이 배는 쌍축선으로 엔진과 프로펠라를 각각 2개씩 설치했다. 엔진은 현대중공업의 자랑거리다. 조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 제작한 엔진을 배에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만수 현대중공업 프로젝트매니저(PM)는 "엔진 한대당 1만5000톤으로, 이 배는 총 3만톤의 마력을 지녔다"라며 "퓨어오일이라는 정제된 기름을 쓰고 있으며, 질소 등 그을음에서 발생하는 불순물을 최대한 제거해 오염 우려를 최소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엔진 효율도 높여 적은 기름으로도 배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며 "이런 기술력으로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LNG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선박은 아파트 14층 높이에 달해 수십개의 계단을 숨차게 올라야 했다. 숨을 고르고 앞을 바라보니 조선소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고, 공정을 거의 마친 여러대의 선박이 바닷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LNG선은 물론 대형 컨테이너선도 있었다. 야드에는 배를 만들 때 쓰이는 후판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조타실에 들어서자 10여대의 스크린이 있었다. 해당 배는 2단계 자율운항솔루션을 탑재했다. 이 PM은 "자율운항 시스템을 한창 개발 중"이라며 "자동으로 방향을 판단해 배가 움직이기 때문에 적은 수의 승선 인원으로도 배를 움직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올해 목표 매출은 12조1000억원이다. 지난해 매출은 9조3044억원이었다. 올해는 높은 선가의 선박만 선별 수주하기로 해 수주 목표는 지난해(149억8900만달러) 보다 줄어든 118억5700만달러로 잡았다. 현재까지 총 10척, 14억7000만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해 목표 수주액의 12.4%를 채웠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한국투자증권(주)
lock_clock곧 무료로 풀릴 기사
help 딜사이트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콘텐트입니다.
무료 회원 가입 후 바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more
딜사이트 회원전용
help 딜사이트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콘텐트입니다. 무료 회원 가입 후 바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
Show moreexpand_more
에딧머니성공 투자 No.1 채널 more
딜사이트 WM 포럼
Infographic News
업종별 ECM 발행현황
Issue Today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