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을 묶은 통합 LCC(저비용항공사) 출범이 예고된 가운데 시장은 이들 법인의 수익성과 재무상태가 엇박자를 낼 거란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기재수 확대, 각사의 조직슬림화 등에 의한 영업경쟁력 향상 가능성은 상당하나 팬데믹 기간 쌓인 결손이 워낙 커 실적 반등이 재무구조 정상화로 이뤄지긴 어려운 까닭이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진에어와 에어서울, 에어부산의 결손금 합계액은 1조4401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여객 수요가 끊긴 팬데믹 기간 3사가 매년 수천억원의 순손실을 낸 결과다. 그나마도 지난해 4분기 진에어, 에어서울이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에어부산은 손실 폭을 줄여 결손이 더 확대되는 것만은 막은 상태다.

시장은 이들 회사의 통합이 이뤄질 시 이른 시일 내 결손금을 털어낼 필요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법인 출범만으로도 항공운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단 점에서다. 현행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자기자본이 절반 이상 잠식된 상태(자본금 대비 자본총계 50% 이하)가 1년 이상 지속된 항공사에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다.

통합 LCC의 경우를 보면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작년 말까지 자본총계가 자본금을 앞섰지만 에어서울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221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수차례 유상증자 및 영구채 발행으로 자본잠식을 피해갔으나 에어서울은 아시아나로부터 이렇다 할 자금조달을 받지 못하며 손실이 고스란히 누적된 결과다. 이로 인해 3사의 납입자본금과 자본총계 합계액은 각각 1863억원, 140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은 92.5%에 달한다.

일각에선 이들 회사의 결손이 주주환원 차원에서 악영향을 끼친 단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꼽고 있다. 회사가 흑자를 내더라도 그 과실(果實)을 이해관계자들과 나누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어서다. 기업의 배당 및 자사주매입 등 주주가치제고 정책은 회사가 배당가능이익을 내고 있을 때만 실행이 가능하다. 배당가능이익이란 당기순이익에 이월이익잉여금 및 이월결손금을 가감하고 이익준비금을 차감한 액수를 말한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이 추가 자본조달 없이 배당재원을 만들기 위해선 최소한 1조원 이상의 누적 순이익을 쌓아야 한단 의미다.

3사의 결손금이 점진 해소될 거란 점은 위안거리로 꼽히기도 했다. 작년 10월을 기점으로 여객수요가 되살아난 덕에 순이익 흑자전환을 통한 결손 축소를 노려볼 만 해서다. 실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진에어의 연간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대신증권 등 6개 증권사는 회사가 950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전통적 비수기인 2분기까지 높은 예약률을 보이고 있는 만큼 역대급 실적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LCC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심대한 타격을 입은 터라 다수 단번에 자본상태를 개선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작년 4분기를 기점으로는 상당한 흑자가 나고 있는 만큼 영업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결손을 해소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추가 유상증자 및 영구채발행은 각각 대주주의 자금부담 및 지배력 약화 우려, 금리 부담을 불러오는 만큼 현재로선 실적으로 결손을 줄이는 것 외엔 정도가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