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HD현대가 한국조선해양을 종속기업으로 변경하면서 HD현대의 차입금이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의 부채와 자본까지 HD현대의 재무제표 안으로 들어오면서 차입금 관리는 더욱 복잡해졌다. 작년 현대중공업은 차입금의존도가 30%를 초과해 재무비율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29일 HD현대에 따르면 작년 연결 기준 장·단기 차입금과 사채는 17조7227억원으로 전년 말 13조6648억원과 비교해 약 4조원 증가했다. 금융 부채가 증가한 것은 작년부터 '한국조선해양'의 부채와 자본이 HD현대 재무제표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HD현대는 작년 아산사회복지재단과 KCC로부터 한국조선해양 지분 4.1%를 매입했다. 지분 추가 매입 직후 HD현대는 한국조선해양을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변경했다. 

통상 지분을 50% 이상 확보한 자회사를 종속기업으로 칭한다. HD현대가 보유한 한국조선해양 지분은 35%로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포함해도 36.7%다. 단순 지분율만 보면 50% 미만인데, HD현대는 '실질 지배력'을 기준으로 따져 한국조선해양을 종속기업에 편입했다. HD현대 측은 "과거 5개년 주주총회 양상 등을 고려하면 당사의 단독 실질 지배력은 50%를 초과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실질 지배력이란 게 국제회계기준 상으로도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HD현대가 한국조선해양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한 것은 사실상 회사의 자의적 판단인 것이다.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바뀌면서 한국조선해양의 차입금 3조8786억원이 HD현대 재무제표에 반영됐다. 한국조선해양의 차입금을 제외하면 HD현대의 연결 총 차입금은 13조8441억원으로 전년 수준에 그친다. 한국조선해양에 대한 달라진 지배력 판단으로 HD현대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셈이다. 

지난 2021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HD현대 연결 차입금이 2020년 9조5320억원에서 2021년 13조원까지 급증했다. 이는 현대제뉴인이 인수한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차입금 약 1조3000억원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이로 인해 HD현대의 순차입금비율이 94.9%까지 치솟았다. 

자회사의 재무제표가 HD현대와 한몸이 되면서 차입금 관리도 어려워졌다. 특히 금융부채가 집중된 현대중공업이 차입금을 억제하지 못하면 HD현대의 재무비율 개선 속도도 더딜 수 있다. 

작년 현대중공업의 사채를 포함한 차입금 규모는 2조5950억원으로, 한국조선해양 연결 기준 차입금의 3분의 2는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했다. 현대중공업의 작년 순차입금비율은 32.3%로, 지난 2021년 21.1% 보다 상승하면서 적정선인 30%를 초과했다.

물론 한국조선해양의 종속기업 편입으로 HD현대 자본이 2021년 11조8521억원에서 23조2637억원으로 급증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이에 따라 HD현대의 부채비율은 2021년 201.9%에서 2022년 181.9%로, 같은 기간 순차입금비율은 94.9%에서 54.3%로 개선됐다.

다만 이는 일시적 효과다. 현대중공업이 차입금을 지속적으로 축소하지 못하면 HD현대의 부채비율·순차입금비율도 다시 상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