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혜민 기자] SK바이오팜이 지난해 영업을 통해 돈을 벌기는커녕 손실만 봤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회사 측은 걱정할 필요 없단 입장이다. 뇌전증 치료제인 세노바메이트 판매량 증가를 예상해 전략적으로 재고를 비축했던 만큼 기대대로 판매호조세가 이어지면 순이익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봐서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마이너스(-) 1311억원의 영업활동현금흐름(현금흐름)을 기록했다. 2021년만 해도 영업으로 유입된 현금이 950억원에 달했던 이 회사의 현금흐름이 1년 새 음수로 전환된 것은 기술수출 계약금이 줄어들면서 순손실이 발생한 데다 재고 급증으로 기업운영에 필요한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 부담이 대폭 커진 까닭이다. 

실제 SK바이오팜 지난해 1394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해 적자로 전환됐는데, 이는 미국 내 영업활동에 집중하면서 마케팅과 세일즈 인력 보강에 따른 판매관리비가 같은 기간 12.7%(3014억원→3395억원)나 늘어난 부분과 금리 인상 및 원달러 환율 강세에 따른 금융비용이 270.6%(96억원→357억원)나 급증했던 게 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재고자산 증가에 따른 운전자본 부담이 늘어난 것도 현금흐름의 음수 전환을 부추겼다. SK바이오팜의 지난해 재고자산은 909억원으로 전년 대비 390억원이나 급증했다. 이에 운전자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원재료 등을 외상으로 매입한 금액(매입채무)을 전년보다 62억원(169억원→231억원)어치나 늘렸으나, 제품 판매가 원활치 않다 보니 매출채권 역시 76억원(559억원→635억원)이나 늘어난 탓에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했다. 그 결과 이 회사의 운전자본은 같은 기간 909억원에서 1313억원으로 404억원이나 급증했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의약품의 특성상 국가별 규제 기관에서 재고 부족에 대한 우려를 해결할 것을 강력하게 강조하고 있다"며 "세노바메이트에 대한 수요가 올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재고 준비를 넉넉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최소 1년치 원료의약품(API) 소요량에 대한 재고를 사전에 확보하는 것이 자사의 방침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세노바메이트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올해는 순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4분기에는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세노바메이트의 적응증 및 연령대를 확대를 통한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역시 미국과 유럽에서 세노바메이트의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SK바이오팜이 올해는 순이익 흑자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 중이다. 미국만 봐도 지난해 세노바메이트의 매출액은 1692억원으로 전년 대비 116.4%나 급증했다. 아울러 처방율 역시 경쟁약물 대비 1.9배에 달한다.

시장 한 관계자는 "세노바메이트는 현존하는 치료제 중 효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미국뿐 아니라 유럽까지 매출을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올해는 순이익을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