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 오른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결국 사퇴를 결정했다. 지난 7일 대표이사 후보자로 내정된 지 21일 만이다.

KT에 따르면 윤 사장은 이날 오전 이사회에 차기 대표이사 후보직 사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윤 사장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윤 사장은 선임 과정 내내 잡음에 시달렸다. 여당 등 정치권에서 윤 사장을 '이권 카르텔', '구현모 아바타' 등으로 치부하며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경림 사장에 대해 "대표 선임 업무를 하고 있는 이사회의 현직 멤버로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이라 출마 자격이 없다"면서 "이사회가 윤 사장을 후보군에 넣어 그들만의 이익 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윤 사장은 '지배구조개선TF'를 구성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 있는 인사 영입을 강행하는 등 갖가지 회유책을 펼쳐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결국 윤 사장이 백기 투항하면서 KT는 초비상에 걸렸다. 오는 3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나흘 앞두고 새로운 후보자 물색이 쉽지 않아서다. 구현모 현직 대표에 이어 윤 사장마저 대표이사 후보에서 중도 하차하면서 KT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이사는 물론 사내이사 등 주요 경영진이 빠진 채로 4월을 맞이하게 생겼다. KT 관계자는 "조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초 KT는 이번 주총에서 윤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다룰 예정이었다. 하지만 윤 사장이 공식 사퇴함에 따라 해당 안건은 제외된다. 윤 사장이 사내이사로 추천한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KT SAT 대표도 후보 자격을 잃게 된다. KT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 후보가 주총에서 선임되지 못할 경우 그가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 자격도 무효로 규정해서다. 주총 당일 임기 만료되는 강충구·여은정·표현명 등 사외이사 3명을 재선임하는 안건은 그대로 상정될 예정이다. 다만 여권에서 KT 경영진을 '이권 카르텔'이라고 비판하며 쇄신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기존 사외이사들이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관련 업계는 KT가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분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제 규정에 따라 사장급인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나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이 대표이사 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3년 이석채 전 회장이 중도 사퇴했을 당시 표현명 사장이 대표이사 권한 대행을 맡은 바 있다.

KT새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KT 사태가 끝 모를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사상 초유의 세 차례 연이은 CEO 후보 사임으로 KT 경영공백이 수개월 더 지속될 전망"이라며 "더 이상의 정치권의 개입은 국민기업 KT의 발전과 우리 사회의 건전한 기업 감시 시스템을 오히려 퇴행시킬 뿐"이라고 정치권의 과도한 인사 개입을 비판했다.

이어 "정치권 낙하산도 이권 카르텔도 아닌 통신전문가를 KT CEO로 선임하는 게 KT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며 주주들의 요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