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삼성전자 생활가전(DA)사업부가 프리미엄 라인 '비스포크(BESPOKE)'를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 안에 흑자전환을 꾀한다. 

거시경제(매크로) 영향에 취약한 물류비 등 가중된 비용이 지난해 적자를 불러일으킨 만큼 외부 환경 민감도를 최대한 낮추겠다는 의도다. 허리띠를 졸라맨 뒤 외부 환경 민감도가 낮은 고부가 신제품을 중심으로 반등을 꾀하겠다는 취지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 부회장은 31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비스포크 신제품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지난해 말 적자 원인 중 하나였던 비용 증가, 생활가전 수요 감소 등을 개선할 점으로 꼽았다"며 "올해 상반기에는 적자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1분기 가전 시장이 전망만큼 어둡지는 않았던 만큼 하반기에는 더 나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VD)‧DA사업부는 6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고물가로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는 줄었다. 반면 유가가 오르며 해운 물류비(운반비)와 원자재 가격은 가파르게 올라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에 삼성전자 DA사업부는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우선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프리미엄 생활가전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선다. 매크로 변동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더한다. 물류비는 생산거점 경쟁력을 강화해 외부 민감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경쟁력있는 원자재 업체와 장기 계약을 체결해 비용 지출의 안정화도 꾀한다. 

외부 환경 민감도를 낮추겠다는 삼성전자의 계획은 로봇 분야 투자를 늘리는 이유와도 일부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협동로봇 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99%(285만4136주)를 사들였다. 콜옵션 계약으로 향후 회사 인수 가능성도 열어뒀다. 협동로봇은 작업공간에서 일하도록 설계된 로봇이다. 협동로봇을 활용하면 공정상 인건비 절감도 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추가 매입과 관련해 "(인수합병 시기는} 보안 사항"이라며 "조금씩 성사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어 인수 시기와 관련해 "연내가 목표지만 상대방 입장도 있기 때문에 잘 맞춰가겠다"고 말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2023년형 비스포크 비전으로는 고객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비스포크 라이프'를 앞세웠다. 초연결을 위해 가전제품에 인공지능(AI)을 탑재하는 한편, 소비자가 기기를 사용하며 발생하는 제품정보(UC) 데이터를 수집해 지속적으로 소프트웨어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관련 인력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생활가전사업부 소프트웨어 인력은 지난 2017년 말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신제품이 출시되면 비스포크 제품군은 총 27종까지 확대된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라인업을 기반으로 올해 생활가전 제품 2대 중 1대를 비스포크 제품으로 판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비스포크 제품군 판매량도 전년대비 50% 이상 끌어올린다.

최익수 삼성전자 DA사업부 전략 마케팅팀장은 "지난 수년간 비스포크 브랜드를 중심으로 생활가전 부문이 성장했다"며 "비스포크 브랜드를 통해 전체 프리미엄 생활가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게 저희 방향성"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