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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코뿔소 드리운 대한약사회
딜사이트 이호정 산업1부장
2023.03.22 08:23:18
편의점 안전상비약 10년째 13종에 묶여···사회 변하는데 여전히 제자리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0일 08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편의점 안전상비약(사진=BGF리테일)

[딜사이트 이호정 산업1부장] # 몇 해 전 일이다. 눈썰매장에서 세상모르게 놀던 큰 애가 한밤 중 안방 문을 열더니 머리가 아프다고 울먹였다. 조건반사적으로 체온을 재보니 38도를 오르락내리락. 아이 키우는데 열만큼 무서운 게 없기에 부르펜시럽(해열제)부터 찾았다. 그런데 없다. 앞서 마트 갔을 때 사오는 걸 깜빡했고, 게으름에 동네 약국서 구매하는 걸 차일피일 미룬 낭패였다. 헐레벌떡 편의점 약 코너를 찾았으나 성인 해열제 밖에 없단다. 결국 아이를 들쳐 업고 응급실을 가면서 이날의 에피소드를 끝마칠 수 있었다.


2012년 약사법 개정으로 편의점에서도 안전상비약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눈길을 끄는 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약은 그때나 지금이나 13종에 머물러 있단 점이다. 2018년 약사의 복약지도가 필요치 않은 안전상비약에 한해 품목 확대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왔지만 대한약사회가 오남용과 부작용, 의약품 관리문제를 이유로 반대의사를 표하면서 흐지부지 됐다. 생각해 볼 대목은 미국과 일본의 경우 일반소매점에서 각각 3만종, 2000종의 안전상비약을 구매할 수 있단 점이다.


# "현 상황에서 어느 제약사도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못할 겁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대한약사회로부터 뭇매를 맞을 수도 있거든요.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 논의가 물이 올랐을 당시 소신발언을 했던 A사에 대한 약사들의 불매는 지금도 회자되는 사건입니다." / "속내가 뻔하긴 하지만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였던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오든 도전정신에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물론 통과되면 저희도 기회가 생기는 만큼 더 좋고요."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최근 편의점 안전상비약 배달서비스를 신사업으로 추가하겠다며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것에 대해 A제약사와 B이커머스 관계자가 한 얘기다. 현행 약사법상 의약품 배달은 금지돼 있다. 우아한형제들도 이에 안전성이 검증된 편의점 안전상비약만 배달하겠다는 전제와 함께 국민들의 보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함이란 그럴싸한 명분을 앞세워 여론몰이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아한형제들이 규제의 벽을 넘어서긴 쉽잖아 보인다. 대한약사회가 정부와 제약사에 적잖은 압박을 가하고 있는 까닭에 의약품 화상투약기(의약품 자동판매기) 도입도 10년째 답보 상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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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포털 '커리어'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 '귀족알바'가 최근 자취를 하고 있는 대학생 161명을 대상으로 '자취 생활의 고충'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아플 때 서럽다는 응답률(25%)이 가장 높았다. 해당 조사를 보면서 가족이 보살펴줘도 아프면 서러운데 혼자 사는 이들은 얼마나 서러울까 싶어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이에 자정까지 운영하는 공공심야약국을 찾아보니 전국에 54곳 밖에 안됐다. 사실상 심야에 몸이 아프면 편의점에서 진통제를 구입하거나 응급실을 찾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2021년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전체의 33.4%에 해당하는 716만5788가구에 달한다. 전국 도처에 편의점이 있으니 심야라도 감기나 몸살 같은 간단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언제든 구할 수 있다. 단, 편의점까지 스스로 약을 사러 갈 수 있단 전제하에. 이런 측면에서 보면 대한약사회는 미셸 부커가 창안한 경제용어 '회색 코뿔소(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인구 구조나 사회 변화상에 맞춰 산업도 변하는데 대한약사회는 약을 사기 불편한 현실을 감내하는 게 당연하다는 식의 행보만 이어가고 있어서다. 정부가 앞장서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철밥통'을 지키기 위한 대한약사회의 단체행동은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킬 뿐이다. 기득권만 주장하기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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