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심쩍은 경영권 분쟁 명분
주총 앞두고 과도한 주가부양책 요구…장외 여론전 과열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9일 08시 2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사진=딜사이트)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매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 재벌 총수일가의 경영권 갈등이 되풀이 된다. 표면적으로는 지배구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경영 승계를 마무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분 정리가 끝나지 않은 탓에 주총마다 갈등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주총을 앞두고 갈등이 심화됐다. 대표적으로 금호석유화학 주총에서 자사주 전량 소각 안건을 두고 표대결이 예상된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조카이자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와의 불편한 동거는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됐다. 경영권을 노리던 박철완 전 상무는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개미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한때 금호석화 전무를 역임했던 그가 이렇게 오래 삼촌의 발목을 잡을 줄 아무도 몰랐다.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는 금호석화가 여론전에 참전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에 군불을 제대로 때려는 의도인데, 금호석화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가 원하는 대로 순순히 끌려가지 않고 이슈를 차단하겠다는 심산이다. 주총이 열리기 전까지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하는 차파트너스는 주주제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호석화를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75년간 동업관계를 이어오던 고려아연과 영풍도 창업주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면서 균열이 생겼다. 공동 창업 이래 불문율로 여겨졌던 독립 경영 체제에 간섭이 시작된 까닭이다. 그럼에도 고려아연은 한발 물러나 장형진 영풍 고문을 기타비상무시아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며 전면전을 피했다. 


대신 장외 여론전을 펼치는 분위기다. 고려아연은 영풍에 '배당 수익으로 경영권 장악 시도' 프레임을, 영풍은 고려아연에 '주주권익 침해' 프레임을 씌우며 여론전에 힘을 쏟았다. 한쪽이 입장문을 내면 다른쪽이 반박문으로 되받아치는 등 한 치의 양보 없는 기싸움이다. 


갈등을 일으키는 이들은 이번 주총에서 뜻을 이루지 못해도 언제든 다시 현 경영진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배당으로 얻은 돈으로 지분을 사들여 다시 지분경쟁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영권 분쟁이 일면 주가는 단기 급등한다. 이들은 주가가 급등한다면 엑시트를 꾀할 것이고, 그렇지 않는다고 해도 반복되는 갈등에 지친 경영진이 갈등의 주체로부터 지분을 사들여 분쟁을 종결시킬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임직원과 주주가치, 사업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분쟁이 종결되면 주가는 폭락하고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세우며 마치 지지부진한 주가흐름의 해결사처럼 등장했지만 사실 그들은 엑시트 기회만 노릴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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