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야 되는데…상상인, 저축은행 유증 나선 속내는
상상인·상상인플러스에 총 430억 유증 실시…건전성 문제 등 난관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9일 17시 4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상상인그룹이 계열 저축은행인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대해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지난해 금융당국과의 행정소송 패소 이후 저축은행 사업 매각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조달비용 및 대손충당금 악재로 인한 건전성 악화가 자본 수혈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매각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두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시켜 놓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상상인저축은행은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고 29일 공시했다. 주주배정증자 방식으로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상상인이 전액 부담한다. 신주발행가액은 주당 3만원이며 발행가액 할증율은 600%다. 


앞서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또한 130억원 수준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역시 상상인이 자금을 투입하는 주주배정증자 방식이며, 신주발행가액은 주당 2만8000원으로 정했다.

 


지난해 저축은행업권은 역대 최다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고금리로 인한 조달비용 상승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다만 자산건전성은 크게 강화됐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업계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35%로 전년대비 1.20%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7.72%로 같은 기간 3.64%포인트 올랐다. 


반면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들은 실적과 건전성 모두 악화된 모습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7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420억원의 적자를 냈다. 1000억원이 넘는 적자가 두 저축은행에서 발생한 것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지난해말 NPL비율은 15.05%다. 전년 4.47%였던 것과 비교해 10.58%포인트 급등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NPL비율이 15%를 넘어섰다. 업계 평균의 2배 수준인 셈이다. BIS비율 역시 11%대로 아직까지 법정 관리기준인 8%나 금융당국 권고기준인 9~10%보다 높지만 업계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상상인은 지난해 두 저축은행을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점진적으로 추진 중이다. 상상인 최대주주인 유준원 대표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서 대주주 자격을 상실해 더 이상 저축은행 사업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다. 이에 따라 상상인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일정을 고려해 올해 중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유지 충족명령과 주식처분 명령이 조기에 나오면서 이같은 매각 계획도 틀어질 위험에 봉착했다. 당초 매각 명령에 따르면 올해 4월 4일까지 상상인은 두 저축은행의 지분 매각을 완료해야 했다. 이에 불복해 상상인은 최소 청구 및 효력정지 신청을 제기했고 이중 효력정지 신청이 지난해말 인용돼 매각 시한을 다시 벌 수 있게 된 상황이다. 


상상인은 기존 계획대로 올해 중으로 두 저축은행의 매각을 완료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 매각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건전성 문제가 첫 번째 난관이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실사까지 진행했지만 매매가 협의가 나오기도 전에 무산됐다. 우리금융이 만족할 만한 건전성 수준이 아니었다는 게 주된 이유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적정 매매가, 보유채권의 질, 구성원들의 안전성이 M&A시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상상인의 경우 채권 문제가 가장 걸림돌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개의 저축은행을 한꺼번에 매각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규모를 고려하면 개별 매각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각 매물의 매력도 차이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는 지역적 이점이 매각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천안에 위치한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경우 매물로서의 가치를 낮추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매각가를 인수자 눈높이에 맞게 낮출 수 있을지가 관건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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