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불합리한 농협금융 지배구조 "이 갈았다"
최근 3년간 농협금융·농협생명 임추위 운영 관련 경영유의 등 조치 3차례 반복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8일 16시 5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제공=금융감독원)


[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농협금융지주와 금융계열사 지배구조와 관련해 수 차례 개선 요구를 거듭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 측 낙하산 인사의 비전문성을 비롯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정상적인 역할 등이 지적됐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오래전부터 농협금융의 지배구조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NH투자증권 신임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벌어진 중앙회와 금융지주 간 인사 갈등에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 있다. 


과거 수 차례 농협금융과 계열사의 지배구조 불합리성을 '경영유의' 등을 통해 지적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검사 결과에 대해서도 금감원은 최소 경영유의 조치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농협중앙회에 직접 제재를 가하기 어렵지만, 불합리한 인사 개입 정황 발견 시 이번과 같이 지주 및 계열사 검사를 통해 제동을 가하는 방법을 반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8일 금감원의 경영유의사항 등 공시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생명은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금감원으로부터 총 세 차례 지배구조 관련 경영유의를 비롯한 개선사항 요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지주와 자회사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심의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등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하고 있다거나 자회사 경영진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내용으로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경영유의 조치는 문제 예방을 위한 행정 조치로, 6개월 이내에 조치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우선 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10월 4건의 경영유의 조치가 부과됐는데 이 중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운영 절차 강화'에 대한 사항이 포함됐다. 



당시 금감원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운영과 관련해 긴급 사유가 아닌 경우 내규 '임추위 규정'에 따라 회의 개최 7일 전 회의 사항을 위원회 구성원에게 사전통지해야 하는데도 2018년 12월부터 2022년 3월 중 개최된 총 94회의 위원회 중 회의소집일과 안건 송부일이 7일 미만인 경우가 총 43회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회의 개최일에 임박해 회의 사항을 제공할 경우 위원이 충분한 검토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위원회 심의가 형식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이다.


또 지주 임추위에서 자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후보자를 심사‧선정하고 있지만 추천을 통보한 같은 날에 자회사 임추위가 개최되는 등 자회사 임추위가 형식적으로 이뤄질 소지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회의 안건을 위원들이 사전에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사전 제공 절차를 강화하고 자회사 임추위가 지주 추천 후보자에 대해 자격 요건 등을 검증할 수 있도록 사전검토 기간을 부여하는 등 자회사 임추위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에 지주 자회사인 농협생명에게 경영유의를 조치했다. 총 3건에 대해 경영유의 조치가 이뤄졌는데, 이 중 하나가 경영진의 보험업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내용이었다.


금감원은 "대부분의 이사가 보험업 관련 경력이 없거나 미흡한 수준"이라며 향후 보험업 경력 등을 고려해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 이사회의 전문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선임된 업무집행책임자 대부분이 농협중앙회 및 농협은행 출신으로 보험업 관련 경력이 없어 보험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며 위기 상황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으니 향후 부문별 업무 특성 및 보험업 관련 경력을 충분히 고려해 업무집행책임자를 선임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농협생명은 2022년에도 금감원 개선사항 대상에 오른 바 있다. 임추위 운영이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농협생명은 회사 내규에 "임추위가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감사위원 후보를 심사‧선정해 주주총회에 추천하고 위원회 결의는 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로 한다"고 명시했지만, 동일 규정의 별도 사항으로 "위원회가 대표이사를 추천하는 경우 지주회사에서 추천한 후보룰 주주총회에 추천해야 한다"고 정해둬 결과적으로 대표이사 후보 추천에 회사 내 임추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주와 계열사 CEO들을 과거부터 들여다보고 있는데 각각의 임기가 모두 다른 만큼 조사 결과에 대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검사 결과는 추후 제재 심의 등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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