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규희 차장] 인수합병(M&A)은 흔히 종합 예술로 비유된다. 가격 산정부터 협상, 그리고 계약 체결까지 수많은 요소가 맞물려 하나의 드라마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의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수 역시 'M&A 종합 예술'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1500억원을 써낸 제안서가 3300억원 제안서를 이긴 비결에는 철저한 기업 분석이 있었다. 처음 런던베이글 매각을 추진할 때 매도자 측은 기업가치를 무려 3000억원으로 요구했다. 실제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니어스PE는 330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며 강한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이니어스PE가 제시한 가격은 높은 만큼 부담도 컸다. 펀딩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결국 협상은 흐지부지됐고 매도자 측은 다시 시장을 두드려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바로 이때 JKL이 움직였다. JKL은 철저한 분석을 통해 현실적인 가격, 즉 올해 예상 EBITDA의 4.5배 수준인 1500억원을 제시하며 협상의 문을 두드렸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가격 협상의 여지를 처음부터 닫아버렸다는 점이다. '협상불가'를 선언한 JKL의 강력한 태도는 자칫 무모해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정교하고 빈틈없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매도자인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창업자 5명은 더 이상 합의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들은 각자의 사업으로 바빠 공동의 목표를 정하기 어려웠다. 매장에 묶여있는 사람과 외부 컨설팅 형식으로 사업을 일으킨 사람의 계산법이 같을 리가 만무했다. 결국 이들은 어떻게든 올해 안으로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창업자들의 갈등 아닌 갈등과 시간적 압박을 JKL이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다.
게다가 JKL은 창업자들의 능력을 적극 이용하는 전략을 짰다. 지분은 JKL이 전부 넘겨받지만 경영권은 창업자들이 그대로 유지한다. 다만 인수대금을 한 번에 지급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향후 성과에 따라 점진적으로 지급하는 언아웃(Earn-out) 방식으로 창업자들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유도했다. 돈을 한 번에 받지 못하는 창업자들의 불안감을 오히려 경영참여와 성과보상으로 바꿔 놨다.
M&A 성공 여부는 결국 가격과 전략, 그리고 실행력에 달려있다. JKL은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완벽한 협상 전략을 구사하며 런던베이글뮤지엄을 매력적인 가격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됐다. M&A라는 종합 예술은 냉철한 현실 분석과 강력한 자금 동원력이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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