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팩트체크슈퍼사이클 놓칠 수 없는 LS…IPO로 자금 조달 필수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업의 기업공개(IPO) 추진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자회사 상장이 의도치 않게 모회사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면 자칫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최근 중복상장에 대한 의미나 규정이 모호해 기업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미래 성장을 도모하는 기업에게 상장은 필수적인 자금조달 및 재무구조 개선 수단이다. 모회사 의존도를 낮추고 가려진 사업 가치가 긍정적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 기업의 스토리와 현 상황 등을 외면한 채 상장에 대해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투자 적기를 놓쳐 자회사는 물론 모회사의 기업가치 모두 훼손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딜사이트에서는 최근 IPO를 추진하는 주요 그룹의 재무 및 사업 현주소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상법 개정안 통과와 '중복상장' 논란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기업들의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조달 전략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LS그룹도 최근 에식스솔루션즈, LS MnM, LS이브이코리아, LS이링크, LS전선, LS파워솔루션 등 등 9개 계열사 상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S 입장에선 현재 전력기기 업계가 슈퍼사이클(호황)을 맞이하고 있는 만큼 상장을 통한 대규모 자금 마련이 불가피하다. LS그룹 안팎에서는 시기를 놓치기 전에 자회사의 성장 동력을 키워야 향후 더 큰 주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LS그룹에서는 인수합병 후 상장 등 중복상장이 아닌 경우에도 중복상장이라는 오해를 받으면서 억울한 부분도 크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LS그룹은 미국 권선 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의 코스피 상장과 관련된 사전 협의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LS뿐 아니라 SK그룹도 SK엔무브에 대한 상장을 철회하기로 했다.
LS그룹에서는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전력기기 업계의 특성상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데 지주사인 LS의 재원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상황이다. 지주사의 차입은 한계가 있는 데다 오히려 부채가 늘어 지주사의 주주 가치만 감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에 상장의 필요성이 크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불거진 '중복 상장' 논란으로 IPO가 올스톱된 상태다.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방안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 자회사 상장을 준비하고 있던 LS그룹도 부담이 크다. LS그룹은 연초부터 LS전선, LS이링크, LS파워솔루션, 에식스솔루션즈, LS MnM 등 주요 자회사에 대한 상장을 준비 중이지만 지금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현재 LS그룹은 2030년까지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2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상황이다. 자회사 상장에 나섰던 것도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다. 이런 투자 계획에는 2023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전력기기 업체의 호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기기 노후 제품 교체 수요가 몰린 데다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붐이 번지면서 전력 인프라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관련 업계는 역대급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LS그룹이 상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회사들도 업계 호황과 무관하지 않다. 변압기용 특수 권선을 주력으로 하는 에식스솔루션즈는 변압기용 특수 권선 수요 증가에 대응해 생산 라인 2기를 추가하고 2030년까지 생산 능력을 현재의 2.5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S MnM도 배터리 소재 사업을 본격화하고 1조8000만원을 들여 연간 6만2000톤 규모의 생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하는 LS파워솔루션 또한 생산 능력을 1000억원 수준으로 늘리고 수출 실적을 매출의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수요가 폭발하는 슈퍼사이클이 지나가면 그 반대의 '다운사이클'이 올 수 있다는 게 변수다. 전력기기마다 수명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폭증하는 수요가 일시적인 현상일 경우 향후에는 수요 공백으로 인해 고객 유치가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호황이 시작된 2023년 이전 10년 동안은 전력 업계의 '암흑기'라고 불렸다.
상장을 준비하는 LS 계열사 입장에선 이번 시기를 놓치면 몸값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을 수 있다는 조바심이 크다. 호황 시기에 회사 덩치를 키우고 성장 동력을 만들려면 대규모 자금 조달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자회사 상장 대신 모회사가 직접 자금을 투입해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다만 지주사인 LS가 자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충분치 않다. 지난해 말 기준 LS그룹이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금융기관 예치금을 포함한 1조7845억원이다. 별도 기준으로 봤을 때 790억9300만원에 불과하다.
차입금 의존도 2%, 부채비율 19%인 만큼 재원 마련은 양호한 상황이다. 그러나 모회사의 차입금만으로는 대규모 자금을 끌어오기에 한계가 있다. 게다가 오히려 모회사의 주주 가치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회사가 자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증자 혹은 차입을 단행할 경우 통상적으로 주주 가치가 떨어진다. 수많은 자회사를 위해 지주사의 지속적인 증자가 예상된다면 오히려 LS 주주들 입장에서는 주가 하락의 위험성이 커진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LS그룹 지배구조 특성상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31%으로, 40여명의 주주가 차지하고 있다"며 "회사 입장에선 해당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상장을 단행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오히려 자회사를 상장한 후 성장 동력을 확보한 후 배당을 통해 모회사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게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자회사가 상장한 뒤 현금 창출력이 커지고 배당 여력까지 확대된다면 모회사 주주의 간접적인 수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비상장사인 자회사가 상장할 경우 지주회사의 지배력은 약화되지만 대규모로 자기 자본을 조달해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고 모회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며 "모회사 주주 가치를 생각했을 때 자회사를 빨리 육성한 후 모회사에 배당하는 게 타당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LS그룹의 상장이 물적 분할 후 상장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분석이다. 에식스솔루션즈의 경우 LS그룹이 2008년 인수한 그룹이며 LS파워솔루션도 지난해 KOC전기를 인수한 후 사명을 바꾼 사례다. LS이링크도 E1과의 합작법인(JV)으로 설립됐으며 LS MnM도 LS그룹이 JKLS 지분을 모두 사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LS그룹이 계획하는 상장은 시장이 우려하는 인위적인 분할 후 재상장에 속하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라며 "대상 기업들도 LS그룹이 인수하거나 새로 설립한 회사다. 그런 차원에서 물적분할을 단행한 회사보다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가 낮다고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도 LS그룹으로서 굳이 모회사에게 부담을 지우기보단 자회사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타당한 방안이라고 평가한다. 자회사 배당이 실제로 모회사 주주에게까지 이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모회사의 재배당 약속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LS그룹에서 자금 집행을 위한 계획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회사에 재무 부담을 악화시키는 것보다 자회사 상장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게 더 이득인 상황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모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았을 때 이를 주주들에게 재배당한다는 명시적인 약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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